오정은
아트선재센터 ‘신로오타케’전 도슨트
한국큐레이터연구소 큐레이터 오정은
신로 오타케는 1955년생의 일본 작가로 국내에는 2010년 광주 비엔날레 때 처음 소개된 바 있다. 그는 여러 매체를 넘나들어 활동하는 현대 작가로 아트선재센터에서 그의 초기작품부터 최신작에 이르는 15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시각적 과잉을 나타내는 그의 작품. ‘망막(retina)’의 기능이 그러하듯이, 시각적 재료의 과한 사용이 두드러지고 수집하여 붙인다는 콜라주 특성과 어우러져 무작위적 수집작이 된 그의 작품을 보며 시각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 시대상을 유추할 수 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실제 그것의 출처가 바닥의 쓰레기건, 거리의 간판이건 간에 결과적으로 쓰레기로 보이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 소위 특별한 것만을 골라 수집한 것이 아닌데다가 모이고 축적되어 난잡해졌기 때문이다. 무작위로 모으고 붙인 콜라주 위에 페인팅, 드로잉을 곁들여 회화적 특성을 가미하였다고 해도 그것은 또 하나의 지층, 퇴적물이지 아래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아우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품을 더 복잡하게 하고 질서를 깨뜨리는 요소에 가깝다.
과다한 이미지 재료 사용이 돋보이는 그의 전시작 중에 돋보이는 작품은 Retina strobo이다. 존재가 아닌 부재, 과다가 아닌 공허, 흔적과 잔재를 표현한 그의 빈(empty)작품은 주변의 과다하게 수집된 콜라주 작품과 차별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러한 부재의 이미지조차 하나의 시각적 정보라면 우리는 그 것조차 수집하고 겪고, 보게 되는 또 하나의 범람의 요소로 과잉에 과잉을 더한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잔상 역시 이미지 정보인가?"
한편, 3층에서는 그의 회화작인 자파노라마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자파노라마(Zyzpanorama)는 Japan과 Panorama의 합성어로 일본을 대표하는 풍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동경의 야경이나 후지산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렇지가 않다. 작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시각적 ‘대표성’을 부정한다. 자파노라마(Zyzpanorama) 시리즈를 보며 관람객은 일본에 대한 작가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바로 동감할 수 없음에 기뻐해야 할 것이다. 미술관에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고. 즉, 어느덧 고정관념이 되어버린 대표 이미지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가능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을 선택해 만든 조합이 나를 제대로 대변해줄 수 있을까? 나의 기호를 알려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곧 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작가의 이러한 생각 그대로, 신로 오타케의 스크랩북은 그가 좋아하고 의미를 부여한 물건의 모음집이 아니라, 그가 지나친 시간과 장소에서 무작위적으로 수집된 다양성의 총합에 가깝다.
신로 오타케의 작업이 메타적인 것은 그래서이며, 그의 작품이 일상적이면서 어려운 특색을 가진 것도, 관객이 그의 작품을 예술품 아닌 쓰레기로 봐도 좋다고 작가가 말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신로 오타케가 어릴 때 본 풍경. 태풍이 지나간 강의 수문에 쌓인 쓰레기 모음. 그것을 작품으로 만든 그니까.
신로 오타케 개인전. 2012. 11.24~2013.1.20. Artsonje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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