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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근 개인전 ‘중간인(中間人)’ 리뷰

김영태

오형근 개인전 ‘중간인(中間人)’ 리뷰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전시기간: 2012.05.03(목) ~ 2012.06.17(일) 

전시장소: 아트선재센터


오형근은 지난 10 여 년 동안 ‘이태원’, ‘광주 이야기’, ‘아줌마’, ‘소녀연기’, ‘소녀의 화장법‘ 등 다양한 주제와 표현대상을 통하여 한국사회의 동시대적인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작가는 대상을 직접적으로 재현해서 보여주었지만 직설화법을 사용하기 보다는 상징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풍자적인 서사구조를 구축했다. 이번에는 ’중간인‘이라는 제목으로 육해공군에 근무하고 있는 사병들을 찍은 인물사진을 발표했다. 작가는 이번 시리즈에서 한국사회의 ‘우리’가 아닌, ‘개인’과 ‘집단’, 혹은 ‘나’와 ‘우리’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병들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그들이 느끼는 ‘중간적인 불안’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품을 전개하는 방식은 이전에 발표한 ‘소녀연기론’이나 ‘소녀의 화장법’과 마찬가지로 유형학적이다. 또한 주제를 다루는 태도에 있어서는 사회학적인 요소를 발견 할 수 있다.


작가는 사병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에서 아무런 감정적 개입 없이 중립적인 시각으로 그들을 찍었다. 얼핏 보면 기념사진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델에 따라서는 감정의 변화가 미미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무표정하고 감정적인 요소를 발견 할 수 없다. 다만 병사들의 얼굴 표정이나 카메라를 향한 포즈에서는 변화된 문화적인 현실 혹은 과거의 군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또 머리 스타일이 짧고 군복을 입었기 때문에 군인이라는 것을 보는 이들이 인식 할 수는 있지만 얼굴에서 드러나는 표정이나 피부상태 등과 같은 외모에서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군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오형근은 늘 특정한 사회문화적인 현상에 관심을 갖고 사진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변화된 현실을 어느 누구보다도 재빠르게 포착하고서는 명료하게 재현해서 보여주었다. 작가는 이전의 선배사진가들이 선택한 표현방식보다는 세련되고 분명하게 주제의식이 부각되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또 활동공간도 그들과는 분명히 차별점이 있다. 하지만 동시대를 상징하는 특정한 문화 혹은 사회적인 현실을 포착해서 시각화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예술가로서의 분명한 문제의식을 드러내지는 못했기 때문에 한계지점과 만나게 된다. 어느 사이에 작업을 하는 방식이 스타일화 되고 어느 지점에서 머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아줌마나 소녀들의 외형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문화를 알레고리적으로 재현해서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다. 하지만 예술가로서의 문제의식 혹은 자신의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이번에 발표한 ‘중간인’시리즈에서도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반복적으로 사병들을 찍은 초상사진을 나열해서 보여주었다. 대형사진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한 시각적인 힘은 있지만 형식이상의 내용을 발견하기는 힘들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현대사진의 전형적인 표현방식으로 이해되고 있는 유형학적인 태도와 대형디지털 인화물에서 드러나는 예술적인 분위기를 뛰어넘는 작가적인 고민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작가는 어느새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사진가가 아니라 중견 사진가가 됐다. 또 앞으로도 작가로서 작업을 해야 할 나날들이 많이 남아 있다. 후학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한국사진은 현재 여러 가지로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에 비해서 작가처럼 중견사진가라고 칭할만한 작가는 샐 수 있을 만큼 소수이다. 그만큼 한국사진의 구성원으로서의 작가의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작업을 하는 근본적인 태도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그것이 쉽게 바뀐다면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작업을 하는 사진가라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다면 좀 더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인 현실에 대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과제를 오형근의 전시에서 발견했다.


포토저널 201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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