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영 사진전 '삶의 비용' 리뷰
글: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전시기간: 3월12일~19일
전시장소: 공근혜 갤러리
후기 구조주의 철학자인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자신의 저서인 ‘소비와 사회’에서 현대사회에서 특정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구입한 상품과 그 다음단계에 있는 상품의 가치차이를 구입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상품미학의 기본적인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상품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유명한 중년 남자배우가 광고모델로 출연하는 커피를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것은 커피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멋있고 품격이 있어 보이는 광고 속 배우처럼 자신도 그 커피를 마시면 멋있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은 환상을 광고가 심어주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실용성과 관계없이 명품패션으로 치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생산자가 만들어낸 명품에 대한 환상 때문이다. 소비자는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을 소비하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자본이 그 사람의 사회적인 지위를 보장한다. 상품을 소비하는 것에서도 그러한 현실은 그대로 적용된다.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고 소비하는 이들이 귀족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 일부 명품이 생산량을 제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러한 사회적인 현실 때문에 동시대 상품광고는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광고가 아니라 특정한 상품을 구입하여 사용하면 소비자의 사회적인 지위가 달라질 것 같이 느끼도록 현혹하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한다. 유희영은 이와 같은 동시대 사회의 소비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유희영이 이번에 발표한 '삶의 비용'시리즈는 자신이 직접 명품을 구입하는 장면을 스냅촬영으로 포착한 사진과 실내공간에서 모델을 동원하여 패션사진과 같은 스타일로 찍은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고급 서양식 식당 메뉴에 나올 만 한 음식 사진과 명품 핸드백을 스틸라이프 스타일로 찍은 작품도 전시했다. 그와 더불어서 스튜디오에서 찍은 인물사진 중에는 명품으로 치장한 어린이들도 모델로 등장한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현대인들은 대부분 명품을 소유하고 싶어 하고, 유명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또한 자신의 수입규모와 관계없이 소시민들도 1년에 몇 번은 그러한 과소비를 한다. 상품미학이 지향하는 기본적인 전략에 현혹되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러한 동시대 사회의 소비현상과 현대인들이 삶의 외형적인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투자하는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한다.
작가는 작품의 크기가 작은 작품은 일반적인 액자로 프레임을 선택했지만 대형사이즈로 인화한 결과물은 ‘디아섹’으로 작품을 치장했다. 그 결과 작품의 외형이 매끈하여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동시대적인 주제와 더불어서 작품의 외관도 압도적으로 관객의 시선을 유혹한다.
사진은 직접적이고 지시적인 매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분명하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매체는 아니다. 특히 현대예술로서의 사진은 특정한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오독하거나 난해하게 느껴진다. 이번에 유희영이 발표한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얼핏 보면 상품광고처럼 느껴진다. 만약에 갤러리에서 전시되지 않고 특정한 텍스트 없이 여성지에 작가의 작품이 게재되었다면 상품광고를 위한 사진으로 읽혀졌을 것이다.
동시대 사진은 다양한 주제와 표현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과 예술사진의 경계가 무너졌고, 광고사진과 예술사진의 외형적인 경계도 무너졌다. 유희영의 '삶의 비용'시리즈는 그러한 동시대 예술사진의 경향을 반영한다. 그와 더불어서 동시대 사회의 소비문화, 그 중에서도 지난 50 여 년 동안 급속도로 근대화,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물질중심적인 사회가 된 한국사회의 자화상을 상징적으로 표상했다.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씁설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