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 개인전 'Day and Night‘ 리뷰
김영태(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2013년 3월 28일(목) ~ 2013년 4월 17일(수)
원앤제이 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130-1 / 02-745-1644)
이정은 2007년 첫 개인전 때부터 사진과 텍스트를 조합한 결과물을 발표했다. 2007년 전시에서는 남한이나 중국에서 북한을 바라본 풍경을 찍어서 텍스트와 결합한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그 이후 지난 2011년 개인전에서는 롤랑 바르트의 에세이 ‘사랑의 단상’을 모티브로 한 텍스트를 네온으로 구성해서 특정한 풍경에 설치한 다음에 사진으로 재현한 결과물을 전시했다. 작가는 사진이미지와 텍스트를 유효적절하게 결합해서 자신의 미감 및 세계관을 드러낸다.
사진은 주지하다시피 그 외관이 현실과 닮았기 때문에 보는 이들에게 익숙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특정한 순간을 포착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난해하고 애매모호 느껴질 때도 많다. 그러므로 문자와 사진이 상호작용할 때 좀 더 효과적인 경우도 많이 있다. 문자의 추상성을 사진이 보완하고 사진의 애매모호함을 문자가 해결 해주기 때문이다. 이정작가의 작품에서도 작가의 주관적인 관심사와 문학적인 상상력을 사진과 텍스트가 유효적절하게 결합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유지한다.
이번에 발표한 작품은 ‘단테의 신곡’이 출발점이다. ‘God’과 ‘Love’라는 두 개의 단어가 작품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단어로 구성된 네온을 물가와 숲에 설치한 이후에 사진으로 재현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물가에 네온을 설치해서 찍은 사진은 네온의 컬러가 화려하고 자극적이다. ‘God’과 ‘Love’라는 두 단어가 지시하는 의미처럼 현실적이기보다는 현실을 벗어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면구성도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처리되어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아 두는 힘이 느껴진다. 감성적이고 감미롭게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현대사회가 정서적으로 메마르고 삭막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을 갈망하고 꿈꾼다. 이러한 심리에 효과적으로 부응한 주제이다. 또한 작품 한 장 한 장이 작가의 정서와 마주하는 것 같은 분위기에 빠져들게 한다.
작가는 사진작품과 네온설치물도 함께 전시했다. 그래서 관객들은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고 작업과정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된다. 작가의 작품은 외형적으로 작품의 배경이 블랙 톤이거나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작품의 주된 대상이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시각예술은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사진은 어느 매체보다도 시각적이므로 시각적인 것을 결코 무시 할 수 없다. 또한 사진이 친절하게 모든 것을 전달하지는 못한다. 그것이 사진의 매력이자 한계다. 작가의 작품이 좀 더 완성도를 유지하려면 이 지점을 간파해야 한다.
작가의 표현의도와 작품의 표면이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하고 균형이 이루어질 때
작품으로서의 미학적 가치를 확보하게 된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가의 작품은 작가, 작품, 관객사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담론과 다양한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점검하게 한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사진을 비롯한 동시대 미술은 많은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 그만큼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사진이 여전히 동시대 미술에서 의미 있는 매체로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동시대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매체라는 인식 때문이다. 물론 지속적으로 새로운 표현가능성을 보여주고 시대와 마주해야만 사진의 전성기는 유지 될 것이다. 이것은 개별 작가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정 작가의 작품은 또 다른 가능성을 기대하게한다. 물론 작가로서의 진지함과 긴장감을 유지 할 때 성취 할 수 있는 결과다. 작가와 작품 그리고 관객의 관계에 대해서 환기시켜주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