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찾아온 3일 간의 연휴. 딸 가온이의 생일을 맞아 짧은 소풍을 계획했다. 내가 직접 김밥을 만들고 아내는 간식을 준비하고 가온이는 옆에서 연신 “미술관으로 소풍 가요”를 외친다. 결혼 이후 처음으로 준비한 소풍이라 가족 모두가 조금은 들뜬 기분이었다.
소풍 행선지는 보성에 있는 우종미술관이었다. 우리 가족은 미술관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서 미술관 정원 맨 위에 위치한 폭포 옆 너럭바위에 자리를 잡고 김밥과 과일과 여러 가지 간식을 펼쳐놓고 한껏 소풍 기분을 내며 맛난 점심을 먹었다.
맛난 점심 후에 곧장 우리 가족은 미술관으로 향했다. 이번 미술관 전시의 주제는 봄과 민화였다. 제1전시실은 봄을 총천연색 작품들을 통해서 색과 빛으로 만끽하라는 의도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미술관의 의도처럼 우리는 다양한 색과 그림으로 미술관 안에서 봄을 만끽했다.
제2전시실의 제목은 ‘염원으로 한 시대를 물들인 민화’였다. 그림을 관람하면서 ‘이래서 민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떤 그림은 민화지만 서민의 삶과는 무관한 듯 한 그림도 보였다. 이곳에 오기 전 『서울아트가이드』의 칼럼을 통해 알게 된 민화에 대한 한 미술평론가의 주장이 어느 정도는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온이는 이제 제법 미술관 관람 예절을 아는 듯 해보였다. 조용히 자기가 좋아하는 호랑이 앞에 서서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 찬찬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조용한 분위기의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처음 우리 가족 소풍의 즐거움과 행복함을 뒤로 하고 광주로 향했다. 돌아오는 내내 가온이는 연신 “소풍 또 언제 가요?”를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