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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호 개인전 ‘사진전Ⅱ SAJINJEONⅡ’리뷰

김영태

전시기간: 2013_0530 ▶ 2013_0619

전시장소: 원앤제이 갤러리_ONE AND J. GALLERY


‘사진문화를 풍자하다’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19세기 초반에 세상에 등장한 사진은 예술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 지식 전달체계가 문자중심에서 이미지중심으로 이동하였고 점차적으로 이미지적인 사유에 익숙하게 된다. 또 의학, 천문학, 생물학 등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언론의 대중화에도 큰 공헌을 하였다. 또한 독일의 이론가인 발터 벤야민의 주장처럼 예술의 개념과 미학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 외에도 사진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서 메커니즘과 재료가 발전하여 점차적으로 대중적인 매체가 되었다. 특히 1890년대에 이스트만 코닥사에서 건판필름이 개발되어 누구나 손쉽게 카메라를 다루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됨으로써 사진의 대중화는 가속화 됐다. 


19세기 당시에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이들이 대부분 영업사진관을 운영한 사진사들이었고, 예술사진은 취미생활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예술사진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주도한 것이다. 사진은 카메라를 이용한 도구예술이므로 특별한 예술적인 재능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접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진의 대중화는 폭 넓게 진행되었다. 예술에 대한 특별한 학습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도 부담 없이 접근한 것이다. 그래서 사진 찍기는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즐기는 취미생활이 되었다. 이러한 매체적인 특성 때문에 19세기 후반에도 사진문화의 하향평준화를 우려하여 초기예술사진가인 헨리 피치 로빈슨(Henry Peach Robinson. 1830 ~ 1901)은 수공예적인 표현방식인 합성사진을 선호하였다. 또한 로빈슨은 ‘사진에 있어서의 회화적인 효과’라는 책을 발간하여 회화주의 사진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였다. 메커니즘의 발달로 인하여 새롭게 사진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아마추어 사진가들과의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하지만 ‘살롱사진 콘테스트틀 통하여 사진의 대중화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21세기 현재에도 디지털기술과 사진의 만남으로 인하여 또 다른 형태로 사진의 대중화가 가속화되었다. 특히 인터넷의 일반화는 새롭게 조성된 디지털사진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디지털시대의 사진애호가는 새로운 형식으로 사진을 즐긴다. 카메라를 다루는 것이 너무나도 간편하고 쉬워져서 사진의 대중화는 나이, 성별, 직업 등에 관계없이 다양한 계층에서 폭 넓게 이루어졌다. 그 결과 사진문화의 하향평준화도 빠르게 나타났다. 과거의 아마추어들보다 좀 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사진을 선호하고 사진을 유희적인 도구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김윤호는 지난 몇 년 동안 사진문화에 대한 풍자적인 사진작업을 했다. 그 결과물을 지난번 개인전 때 전시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발표한 작품도 그 연장선상에서 진행된 결과물이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사진은 매체적인 특성상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매체이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결코 단순하고 가벼운 매체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마추어 사진애호가들을 비롯한 대중들은 사진을 너무나도 쉽고 가볍게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적인 현실은 사진의 매체적인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제도권 교육으로부터 제대로 된 예술교육을 받지 못한 탓도 있다. 전문가가 되지 않더라도 예술을 사랑하고 생산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예술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예술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라, 기능에 대한 교육만 받은 탓에 성인이 되어서 예술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제대로 즐기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가는 인터넷 사진동호회 사이트나 블로그에 올려온 댓글을 비평적인 태도로 분석한 결과물을 발표했다. 그런데 사진문화를 풍자한 전시이지만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은 사진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수집한 댓글을 재구성한 디자인 이미지이다. 작가가 전시한 작품들은  ‘아름답습니다’, ‘그림같습니다.’ 등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서 천편일률적으로 단 댓글을 풍자한 결과물이다. 


사진을 제대로 공부하고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고급기종의 카메라를 경쟁적으로 구입하고서는 유미주의적인 사진만 찍는 대부분의 아마추어 사진애호가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대부분 인화를 하지 않는다. 또 인화를 하더라도 대형인화는 거의 안한다. 하지만 대부분 해상력이 뛰어난 렌즈와 고화소수의 고급카메라를 선호한다. 이처럼 소비적인 사진행위를 하는 사진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드러낸 결과물이다. 또한 예술에 대한 학습이 전무한 채로 사진을 찍기만 하는 사진애호가들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작가는 사진이 아닌 문자를 통하여 자신의 주관을 상징적인 어법으로 드러내었다. 그 결과 또 다른 층위에서 소통되고 존재하는 결과물이 생산됐다. 하지만 좀 더 근원적인 것에 접근하는 태도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가 관심을 드러낸 사진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특정한 계층이나 부류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이 땅의 예술교육 전반의 문제이자 예술에 대한 인식이 한정된 영토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 땅의 문화적인 현실을 상징하는 단편적인 여러 사례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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