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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겸재 정선의 <총석정도>

정지윤

독자투고(65)

정지윤 / 경기대 예술학과 학생



서울에서 고갱과 무라카미 다카시와 같은 해외 거장들의 전시가 크게 열리고 있을 때 인사동의 공아트스페이스에서는 ‘漢陽留痕한양유흔_한양이 남긴 흔적’이 전시 중이었다. 서울 도심 속에서 발견할 조선의 서울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기대와 함께 선조들의 흔적을 찾아 발길을 돌렸다.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단원 김홍도 등 궁중화원 및 문인화가에서 왕실까지 조선의 수도이자 문화의 중심지였던 한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표암 강세황의 발문을 포함한 겸재 정선의 <백납병풍>은 단연 눈에 띄었다. 



겸재 정선, 백납병풍(총석정도), 비단에 수묵담채, 18.1x12.9cm 



24폭 작품 중 하나인 <총석정도>는 그 크기가 작음에도 화폭을 밀도 있게 채우는 겸재의 자유함을 느낄 수 있다. 부감도로 바라본 총석정도의 모습에서는 먼저 곧게 솟은 돌기둥이 눈에 들어온다. 수직준법으로 죽죽 내려 그어진 선들은 마치 석공이 정교하게 다듬어 세운 듯 중첩되어 바위가 되고, 그 육중함 아래에서 파도가 부서지고 있다. 겸재가 그린 여러 총석정 그림들과 달리 유난히 강조되어 나타나는 것이 바로 이 돌기둥이다. 그는 유독 주변의 돌기둥들을 보다 낮게 그렸는데, 그것은 좌우에서 균형을 이루며 중심으로 시선을 머물게 한다. 돌의 상승감과 함께 수묵으로 물결치는 파도는 뒤편으로 아득히 멀어지면서 깊이를 더한다. 그 깊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거리가 아닌 관자의 눈이 체득한 깊이다. 물결이 가 닿은 산은 수평이 아닌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고 산 또한 그 형세가 마치 물결을 따라 그대로 산이 된 듯하다. 이러한 선은 산에서 뿐만 아니라 그림 전면의 소나무가 이루는 곡선과 정자에서도 보여진다. 특히 돌기둥과 마주하고 있는 총석정의 처마는 불안정하게 기울어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아찔한 높이를 체감케 한다. 이처럼 그림은 돌기둥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고정되어있지 않고 흔들리며 기운생동하고 있다. 사실에 근거하지만 겸재로부터 내면화된 풍경은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유동하는 사실성인 것이다. 겸재의 자유함이란 바로 이런 화폭과 정신 그리고 세계를 관통하는 통찰력이 아닐까.   

  


  겸재 노인이 그림을 그리다 붓이 무덤을 이루었다.

  족자, 두루마리 등 대작이 사람들 사이에 많이 전하는데,

  대략 붓을 놀려 그린 소품들로써 어찌 겸재의 본 면목을 엿 볼 수 있겠는가?

-표암 노인 적다



표암이 겸재에게서 보았던 진면목이란 어떤 것일까. 흔적을 찾아 떠나야 할 길이 아직 멀지만 그 여정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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