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영
독자투고(66)
백혜영 / 경기 부천시 원미구
오랜만에 찾아온 긴 연휴, 문화생활을 하고 싶은데 영화 보는 것은 너무 식상하고 무엇을 해야 뜻있게 보낼까 고민하며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던 중 나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바로 조던매터의 사진전이었다. 소개된 작품사진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친구랑 사비나미술관에 가기로 결정했다.
9월18일, 안국역1번출구에서 친구를 만나 미술관으로 향했다. 우리는 초행길이라 좀 일찍 만났는데 미술관은 생각보다 역에서 너무 가까웠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두 군데나 있어서 먼저 친구랑 사진부터 찍고 감상에 들어갔다.
조던매터의 사진전은 무용수들의 몸이 표현의 도구가 되어 그들의 동작을 순간포착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인위적으로 배경을 따로 설정하지 않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지하철역이나 도서관, 횡단보도 같은 곳에서 ‘찰나’의 행복을 붙잡아 작품으로 남겼다.
사진 속에 담긴 무용수들은 점프 동작을 하고 있었으며 무용수들의 표정은 밝게 미소 짓는 얼굴이었다. 나는 사진들을 보면서 작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점프를 했을까를 생각하면서 무용수들의 희생과 수고를 느끼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순간포착을 담기까지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짜증도 나고 좌절의 순간도 많았을 텐데 사진에 담긴 모습들은 정말 기쁘고 즐거운 표정을 지으면서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용수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빠른 속도로 셔터를 눌러야 하는 사진작가의 모습도 눈에 선하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작품은 횡단보도에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발견하고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점프를 하는 사진이었는데 아마도 두 남녀가 사랑의 기쁨과 설렘을 놀라운 표정과 함께 점프로 표현한 것 같았다.
더 재미있는 건 횡단보도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고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모습들은 와이어와 조명 같은 어떤 장치 없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신선한 느낌을 받았고 나에게 힐링의 시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갖게 해 주었다.
재미있는 사진도 많았지만 위험하고 아찔한 순간을 찍은 사진들도 있었다. 여자가 대포위에 누워 있는 사진이 있었는데 이 장면을 찍으려고 힘센 남자가 포구 뒤에 숨어서 여자의 왼쪽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고 한다. 별다른 안전장치없이 여자가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다.
철도 위 여자사진도 아찔한 순간을 담았다. 여자가 철도 위에서 점프를 하고 있는데 멀리서 기차가 들어오는 불빛이 보이기 때문이다. 기차가 들어오기 전까지 계속 점프를 하면서 마음이 얼마나 불안했을까 그리고 기차를 운행하는 기관사의 심정이 어땠을 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렇게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사진작품들도 좋았지만 각 층마다 준비된 영상자료들이 있었다.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긴 영상자료들인데 순간포착을 위한 무용수들의 반복되는 자세뿐만 아니라 댄서의 실제 연인이 등장하고 소품을 빌려준 사람들의 모습들까지 담겨 있어서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사진을 통해 삶의 행복과 인간의 몸에 대한 신비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다음에도 조던매터의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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