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2012 일우사진상 수상자 김태동 사진전 리뷰
일상에서 만난 낯선 장면
전시기간: 2013.10.31~12.24
전시장소: 일우스페이스
우리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수많은 사건과 장면을 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시간의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시시각각 많은 일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너무나도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세상이 많이 변화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특별한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일상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미 오래전에 거대담론이 더 이상 특별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특별한 담론도 생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회구조적인 현실 속에서 예술가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사건에 주목한다. 너무나도 사소하고 무의미 해 보이지만 특별한 변화의 단초가 거기에 내재되어 있다. 동시대 예술가들은 그것을 포착하여 자신의 어법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해서 보여준다.
세상은 늘 변화해왔고 새로운 문화적인 변혁이 이어졌다. 지난 세기에는 이러한 변화가 집단적으로 발생하였고 획일적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개인적이고 다원주의적이다.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이다. 특정한 담론과 이즘에 더 이상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사건에 관심을 갖고 각자의 작업에 접목한다. 지난 20 여 년 동안 동시대 예술은 테크놀로지에 영향을 받아서 작품의 제작과 외관에 변화가 있었지만, 특별한 미학적인 이슈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사소한 일상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2012년 일우사진상 수상자인 김태동도 오랫동안 자신의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상적인 사건과 평범한 풍경에 주목했다. 30대 작가인 김태동은 자신을 비롯한 젊은 세대들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사진작업을 했다. 특히 밤 시간대에 젊은 세대들이 누리는 문화와 행위에 대한 자신의 주관을 상징적인 어법으로 재현했다.
일반적으로 밤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더구나 새벽 12시를 전후로 한 심야에는 유동인구가 없다. 하지만 요즘 20대와 30대 젊은 세대들 중에는 밤과 낮이 바뀌어서 밤에 일상적인 활동을 하거나 밤거리를 배회하기도 한다. 이러한 장면을 작가는 무덤덤하게 재현했다. 특별한 사진적인 기교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평범하게 대상을 포착해서 보여준다. 다만 도시의 밤을 밝히는 인공조명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드라마틱하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작품의 배경,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패션 및 동작 등이 어우러져서 보는 이들에게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다. 그 속삭임은 작가가 내밀하게 숨겨둔 이야기 일 수도 있고, 보는 이들이 창조한 또 다른 이야기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결과물 자체가 동시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표정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결과물이다.
또 다른 시리즈에서는 작가 자신이 오랫동안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는 서울의 부도심지에서 살고 있는데 그곳에서 만난 여러 풍경을 기록했다. 너무나도 평범한 풍경이기 때문에 오히려 생경하게 느껴진다. 서울의 오래된 동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고,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재현했다.
그곳은 번화가에서 그리 많이 떨어져 있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조용하고 썰렁한 동네다. 작가는 그러한 곳을 정밀하게 재현했다. 그리고 대형사이즈로 프린트해서 보여준다. 사소하고 평범한 장면을 재현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사고가 내재되어 어떤 기氣가 느껴진다. 또 정밀하게 재현된 인화물 자체의 힘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작가는 세상을 요란한 수사로 포장해서 보여주지 않는다. 너무나도 평범한 방법으로 자신의 세계관 및 미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진중하게 세상을 바라본다. 그 진중함이 결과물에서 느껴져서 보는 이들은 신뢰감을 느끼게 된다. 또 결과물에서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발견하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동시대 예술의 전략과 만나고 있다. 평범함에 숨겨져 있는 동시대적인 이야기를 포착해서 보여주는 전시이다.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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