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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세상에서 가장 멋진 전시와 미술관

고일영

독자투고(69)
고일영 /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 



“요즘 본 전시회 중 제일 멋졌다고 말하려고?” 딸은 나의 과장된 표정과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한다.

취미로 유화를 그리는 아내, 미술 작품을 통해 부쩍 미감(美感)을 높이는 딸(고1), 별 불평 없이 어디든 잘 따라나서는 아들(중2)을 동반하여 인사동, 북촌, 평창동, 통의동, 광화문 주변, 홍대 주변, 경기도 일대 등을 일 년에 20~30여 번 그림을 구경하러 다닌다.
하지만 부득불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전시는 가끔 아쉬움으로 남는다. 렌티큘러 기법을 감상할 수 있는 ‘황금 DNA전, 일주&선화갤러리-배준성, 김정욱 2인전’이나 저부조의 조각을 볼 수 있는 인사아트센터‘윤두진 개인전 : Protecting Body series’가 바로 그것들이다.

비단 전시회만 아쉬울까? 도예가 김용문의 개인전이 열린 전북 완주의 ‘오스갤러리’는 한 폭의 멋진 그림 그 자체다. 종남산의 아름다운 산세와 마음을 담아두기에 딱 알맞은 크기의 호수, 게다가 2층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일박은 국내외 미술관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가족들에게 얘기했던 적도 있다.

라면에 관한 웹툰을 본 적이 있다. 한 남자가 큰 소리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 가져와요.”라고 주문하자 몇 분 지나지 않아 주방 쪽에서 후루룩 소리와 함께 라면먹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커질수록 남자는 견디지 못하고 주방장에게 다가가 결국 한 입을 구걸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역시 함께 먹는 라면인 듯하다.

내가 본 가장 멋진 전시와 미술관은 역설적으로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전시회와 미술관이다. 올 한해도 우리 가족의 토포필리어(Topophilia)인 미술관을 찾아가 관람은 물론 진정한 마음의 안식과 행복을 기대해 본다

*Topophilia : 장소에 대한 사랑, 장소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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