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막스 드 에스테반 ‘Propositon One: Only the ephemeral 리뷰
전시기간: 2014. 5.14~27
전시장소: 갤러리 나우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전통적인 은염사진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특정한 사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또한 20세기 후반부터는 예술로서의 사진이 예술제도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사진은 기록매체이자 다큐멘터리를 위한 매체로 인식되어 있다. 그런데 2000년대부터는 디지털테크놀로지와 사진이 본격적으로 만나면서 시진의 개념 및 미학이 변모하고 있다. 도구예술인 사진은 지난 170여 년 동안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달라졌다. 그런데 디지털테크놀로지 시대의 사진은 가장 급격한 변화과정 속에서 존재한다. 특히 예술사진은 새로운 의미로 작동하고 있다.과거 어느 시대보다도 좀 더 적극적으로 작가의 미적인 주관과 세계관이 작용한 결과물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서 현실을 해체해서 재구성 하기도하고,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사물을 창조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 사진은 이제 더 이상 현실의 거울도 아니고 현실 그 자체만을 재현하는 매체에 머물지 않는다.이번에 GALLERY NOW에서 마련한 나우 작가상 수상자인 막스 드 에스테반 Max de Esteban은 이와 같이 변모한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일깨워준다. 그와 더불어서 아날로그적인 정서를 자극하고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동시대인들은 새로운 문화에 민감하고 빠르게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거를 그리워하고, 묘한 감정적 동요를 겪기도 한다. 막스 드 에스테반은 이러한 심리상태를 작업의 근원에 두고 있다. 작가는 아날로그적인 기계인 타자기, 녹음기, 영사기, 카세트테이프 등을 표현대상으로 선택했다. 이들 사물을 분해하고 채색 한 이후에 여러 차례에 걸쳐서 세밀하게 촬영했다. 이러한 결과물을 디지털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재구성했다. 그 결과 레이어 효과 때문에 투명한 종이에 그림을 그린 것처럼 이미지가 변주되었다. 얼핏 보면 정밀하게 재현한 소묘작품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선택한 기계들은 지난 시대에 시각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문학가들에게도 필수적인 도구였다. 이제는 그 수명을 다하여 창고에 내버려져 있거나 빈티지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카페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장식 될 뿐이다. 이처럼 기계는 영원히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인하여 새로운 기계가 등장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도구를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그 결과물은 원본보다 좀 더 감성적이고 또 다른 예술적 가치를 발생 시킨다. 예술을 위한 도구 그 자체가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예술작품이 된 것이다.작가의 작품은 콘셉트가 분명하면서도 시각적이다. 또한 사진적인 프로세스와 디지털프로세스가 융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로 변주되었다.
현대시각예술은 지난 1세기 동안 빠르게 변모했다. 재현에만 머물지 않고 현실을 재배치하여 무의식에 의존하는 결과물을 생산하는가 하면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하기도 한다.감성보다는 이성을 더 자극하고 텍스트적이다. 또한 철학적인 사유물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래서 보는 대상이 아니라 읽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작가의 작품도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첨단 기술의 산물이다. 하지만 동일한 의미로만 작동하지 않는다.작업과정이 아날로그적인 과정과 디지털적인 과정이 융합된 결과물 이듯이 최종결과물도 이성적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결과물 자체의 투명함으로 인하여 보는 이들의 감성을 유혹한다. 아날로그적인 구식기계가 첨단 프로세스와 만나서 감성적인 대상이 된 것이다. 작품의 표면과 내용이 결합하여 보는 이의 감성 및 이성을 모두 자극한다.
현대시각예술은 사진, 영화뿐만 아니라 예술전반이 테크놀로지의 강력한 영향력을 받는다. 그로인해 예술의 개념, 미학, 작품의 표면 및 내부가 변모하고 있다. 또한 그것을 보는 이들의 정서도 변화했다.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동시대 시각예술의 특징을 반영한다. 또한 동시대적인 경향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물이지만 전통적인 것에 뿌리를 두고서 출발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첨단 디지털테크놀로지와 아날로그적인 정서가 융합된 전시로 기억 될 것이다.
월간 사진예술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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