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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주 / 이미지의 의미작용

김영태

배윤주 Bae yoon ju, 裵 倫做 개인전 ‘Beyond here’


전시기간: 2014.11.25.~12.2

전시장소: 김영섭사진화랑

초대일시: 11월25일(화) 오후6시30분


이미지의 의미작용


시각예술에서 이미지라는 것은 구체적이라기보다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미지라는 단어와 많은 간극이 있다. 리얼리티 reality가 배제된 허상이거나 진실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술가의 세계관 및 미적인 주관의 산물이 이미지다. 회화, 조각, 사진, 영화 등과 같은 시각매체를 의미한다. 시각매체를 다루는 작가는 이미지를 매개로 자신의  사유세계를 구현한다. 그것은 19세기에 출현하여 예술의 개념 및 미학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 사진을 다루는 작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진은 문자와는 다르게 비선형적이다. 모호하게 다가온다. 또한 현실의 사실적인 재현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내밀한 감정이나 무의식의 세계를  표상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직관적이고 파편적인 사유를 재현하기도 한다. 시공간의 변주 혹은 몽타주가 사진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동시대사진은 내용적으로는 개념적이고 작품의 표면은 스펙터클하고 현란하다. 특히 디지털테크놀로지와 융합한 사진은 극사실적인 결과물도 있고, 현실을 초월한 것 같은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현실의 파편 혹은 자국이 아니라 작가의 미적인 상상력의 소산물이라는 것을 명료하게 환기시키는 이미지도 있다. 작품의 표면은 매끈하고 내부구조는 복잡함으로써 다양한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다. 감성보다는 이성에 더 무게의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동시대사진도 대부분 이와 유사한 구조로 존재한다. 하지만 감성과 직관이 작용하는 사진 찍기 방식도 여전히 유효하다. 작품의 근원根源에는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도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배윤주가 생산한  사진이미지가 이와 같은 제작방식의 결과물이다.


12-beyond here, 70×46.58㎝, pigment print,  2014


작가는 특별하고 굉장한 대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사소하고 특별한 의미가 없어 보이는 사물을 사진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자신의 감정 및 세계관을 이입移入시킨다. 자연물, 인공물, 자연풍경, 인공풍경 등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물 및 공간을 자유로운 태도로 변주한다. 일반적인 조형규칙과 전통적인 사진문법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사진 찍기를 했다. 그 결과 사실적인 요소는 사라지고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지시하지 않는 결과물이 생산됐다. 모호하고 비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언어나 문자로는 설명 할 수 없는 이미지이다. 얼핏 보면 기술적으로 서툴러서 생성된 결과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의 표면처럼 내부구조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작가의 삶과 철학적인 사유가 복잡하게 얽혀서 생성된 영상언어다. 영상언어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작용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대중들이 사진을 선호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과거나 현재나 동일하다. 난해하지 않고 명료하게 내용이 파악되기 때문이다. 작가가 생산한 이미지는 그것과 대척점에 자리 잡고 있다. 쉽게 파악되고 이해 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표면이다. 그런데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이미지는 익숙하고 편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하고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작가의 작품도 이와 같은 미학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단순한 시각적인 유희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가 내재된 결과물이다.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대부분 관심을 갖고 있는 세속적인 욕망을 떨쳐버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욕, 명예욕, 권력에 대한 천착 등 자본이 지배하는 동시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탈피하여 무욕, 무소유적인 세계관을 지향하는 자신의 정신세계를 구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인생관이 투영되어 이미지가 생산됐다.


작가가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작업한 ‘Beyond here’시리즈는 특정한 대상에 의존한 결과물이 아니다. 작가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가치관이 작동하여 생성된 이미지다. 장소와 대상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지각 및 감각의 세계와 어우러지는 다양한 대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것이다. 가장 사진적인 방식으로 재현된 결과물이자 보편적인 기호의 세계를 탈각한 비워져있는 기호다. 작가의 표현의도와 무관하게 보는 이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하여 풍성한 서사를 만들어 내는 조형언어라는 이야기이다. 짐작컨대 작가도 프린트된 최종결과물에서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철학적인 사유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선문답과 같은 동양철학적인 화두話頭의 현현顯現으로 다가온다.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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