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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그리움 그 추억의 힘 이혜민 개인전을 관람하고

안희주


이혜민, 그리움, 122×91cm, 캔버스에 유채, 2015


깊어가는 가을 속 살짝 겨울 추위가 스며들었다. 대단한 미술 서적과 소식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미술계 안팎의 현상과 변화를 충실하게 전해주는 서울아트가이드는 늘 반갑다.


소녀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사과를 다소곳이 안고 있는 그림! ‘이혜민: 그리움’전(10.28-11.3) 소식을 접하고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로 나들이를 나갔다. 이혜민 작가의 그림을 접한 것은 어느 시집에서였는데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림이 내 가슴속에 머물러 원작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파스텔톤의 유채색 질감도 궁금하던 참이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커다란 작품 속 황토 담벼락에 기댄 수줍은 여자아이의 미소가 나를 부드럽게 끌어당겼다. 자연스러운 이끌림에 강아지와 뛰놀던 마당의 아련한 추억 속으로 스르르 빠져들었다. 금방 오겠다는 엄마를 기다리는 나, 냉이를 캐다말고 봄 햇살에 잠들어 버린 나, 보채는 동생을 달래며 놀아주던 나,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던 오빠, 꼬챙이로 감을 따던 친구들이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괜스레 눈물이 핑 돌고 가슴 언저리가 뜨끈해졌다. 어린 시절 그리움을 길어오르는 내내 과거와 현재의 나는 하나가 되어 전시장 끄트머리에서는 어느덧 그림 속의 소녀가 되어 있었다. 작가님과 인사를 하고 얘길 나누었다.



헤르만 헤세가 시인의 임무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리움을 일깨우는 것이라 한 말이 떠올랐다. 이혜민 작가의 그림에는 시가 담겨 있었다. 순박하고 애잔하고 그리운 시! 작가의 말씀대로 어렵거나 힘을 준 그림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느끼는 쉬운 그림, 소통의 그림 그대로였다.



착한 식당, 착한 점심 등 사람들 마음에 부담감을 덜어주는 제목들처럼 착한 그림의 작가는 현대인들이 힘든 현실을 버텨내야하는 것을 알기에 추억의 힘을 상기시켜 주고 내일을 향해 살아가도록 에너지를 충전시켜 준 것이 아닐까. 과거는 현재의 시간 위로 살아 움직이며, 안타까운 향수가 아니라 현재를 만든 자양분이고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무엇이다. 그래서 오늘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진실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것이리라. 늦가을 바람에도 춥지 않았던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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