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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공감’, ‘외부관심’을 충족하는 한국미술이 되기 위해

이지선

‘내부공감’, ‘외부관심’을 충족하는 한국미술이 되기 위해 

이지선 | jnlee89z@naver.com


2015년은 광복70주년으로 1945년 광복 이후 질곡의 현대를 살아온 대한민국을 기념하여 국가적으로나 민간차원으로나 다양한 행사들이 개최되었다. 그 중 박물관, 미술관 전시계에서도 이를 기념하면서 그 동안의 한국 역사, 사회를 돌아보고자 하는 전시 콘텐츠와 공간들을 제공하였다. 광복70주년이라는 해 자체의 의미도 컸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있었던 몇몇 전시가 한국미술 전시 콘텐츠에 있어서 유용한 시사점을 주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다. 박물관의 역사 전시를 제외하고 미술 전시로서 대표 예를 들자면, 봄에 열린 아르코미술관의 <한반도 오감도> 展과 서울시립미술관의 <미묘한 삼각관계>, <북한프로젝트>가 있었다. 세 전시는 한반도의 역사와 한중일 동북아 3국의 관계를 다룬 전시들이었다. 

<한반도 오감도>는 2014년 ‘근대성의 흡수(Absorbing Modernity) : 1914-2014'를 주제로 한 베니스건축비엔날레에 선보인 전시로 최초의 한반도 건축 전시였다. 사회와 국가의 간섭을 받고 이데올로기에 이용된 건축을 보여준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그전에 남한과 북한의 건축을 함께 조망하였다는 점에서 전시의 의의가 컸다. 이 전시는 비엔날레 전시 당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는데 건축전시로서 독특한 주제이면서 외국인들이 관심 많은 한국의 ’분단‘ 역사를 건축과 함께 콘텐츠로 녹였기에 많은 관심과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미묘한 삼각관계> 展은 한중일이 함께 공유하는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각 국가의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 전시였다. 한국 작가 양아치는 근대화의 그늘 속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일본의 고이즈미 메이로(小泉明郎)는 일본 제국주의 역사에 관한 일본인들의 기억을, 쉬 전(徐震)은 고도의 압축성장을 이룬 중국의 현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 국가의 세 명의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아카이브 공간을 마련하여 한중일 대표 작가들의 작품 도록은 물론, 한중일 간 문화교류 행사, 미술전시, 비엔날레 관련 도서, 도록들을 마련하여 아시아 미술시장의 교류를 보여준 점 또한 아시아 미술시장의 단결과 향후 발전방향을 보여준 전시였다. 
그리고 8월의 <북한 프로젝트>는 한국 현대사 속 큰 화두인 광복, 분단, 통일 이야기를 ‘북한’이라는 예술적 키워드로 보여주었다. 사회주의 국가 북한이 제작한 미술작품 뿐만 아니라 남한과 외국 작가들이 만든 다양한 매체(그림, 사진, 음악, 영상, 디지털매체 등)를 선보여 어렵고 딱딱할 것 같은 주제를 다채롭고 다양한 시선에서 느낄 수 있었다. 

세 전시 모두 주제와 콘텐츠 자체로 보면 역사학, 정치학, 사회학 같은 인문학에서나 다룰법한 키워드(‘분단’, ‘북한’, ‘한중일 삼국’) 같지만 콘텐츠를 예술적 키워드로 변환시켜 증거자료나 통계 대신 작가 개인의 주관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이 키워드는 한국인들이 알고 있으면서 현실인 문제이자 사회이다. 현실문제, 역사, 정치가 뉴스나 빽빽한 글 대신 미술로서 변환되어 보여질 때 새로운 문제의식을 접하게 된다. 현대 우리 사회와 우리의 과거를 예술로 보여준 콘텐츠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시장 내 풍경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반도 오감도’와 ‘북한프로젝트’ 전시장에서 보인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이었다. 특히 백발이 성성한 노년층이 미술관에 와서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그것 자체가 ‘관람 대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현대미술은 젊은이들이나 즐기는 영역처럼 느껴지던 전시장 풍경이 풍성해졌음을 느꼈다. 노년층뿐만 아니라 아이들, 학생들에게는 박물관에서의 유물 옆 빽빽한 설명패널을 읽으면 가르치지 않고 아무 설명 없이 작품만으로 느껴보게끔 하는 미술전시야말로 또 다른 교육방식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한국의 미술관에서 보이는 관람객 연령이, 현대미술을 아직 제대로 즐길 줄 모르는 국민의 문화성숙도를 보여주는 것이라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하고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미술의 주제가 부재한 탓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와중에 올해 광복70주년을 맞이하여 열린 한국현대사, 과거 관련 전시들은 젊은이들이 제일 많이 즐긴다는 미술에서 더 나아가 폭넓은 연령층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같이 이해할 수 있는 주제 영역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한국미술의 ‘정체성’, ‘지역성’을 찾는 길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지역성을 추구하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라 예전부터 논의되어온 화두였다. 수많은 비엔날레가 우후죽순으로 곳곳에서 일어날 때 기획자들은 자신의 비엔날레에 차별성을 두기 위한 개념으로 ‘정체성’과 ‘지역성’을 생각했다. 이스탄불비엔날레, 샤르자비엔날레는 도시의 역사를 바탕으로 동시대 이슈를 활용하여 지역적, 세계적 관심사를 풀어냈다. 일본의 다나카 코키(田中功起)는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동일본지진을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적 문제로 제시해 예술이 함께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하였다. 중국현대미술은 천안문사태와 문화대혁명을 지켜보고 그것을 미술로 표현한 1세대 작가들에 의해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일본은 <1945년 이후 일본미술:Scream Against the Sky> 전시를 통해 패전 이후 일본현대사의 암울한 시기와 일본 고대문화가 녹아있는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일본 미술시장을 해외에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최근, 그리고 과거 외국의 미술시장 또한 자신들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담은 예술로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고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예술을 창조하는 입장이 아니라 관람하고 느끼는 사람으로서 예술의 주제와 의도를 지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될 것이다. 작가들의 개인 작품의 주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자들이 일반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도출하고 그 주제를 두고 연구, 기획한 전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주제는 바로 우리 자신과 관련이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사회와 역사와 연계된 주제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우리 주변 미술관의 전시에서부터 한국미술과 한국작가들을 외부에 소개할 수 있는 미술 올림픽 비엔날레까지 원점, 즉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가 우리만의 이야기를 주제로 탐구한 미술전시를 기획해야 한다. 한국 내부에서부터 관심과 공감을 갖는 전시주제와 콘텐츠가 먼저이고 곧 글로벌화로 이어질 것이다.


: 2015 미술기획콘텐츠 공모 참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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