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식
故 박권수10주기추모전 2015.12.23 - 1.25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박권수, UNTITLE, 1984, Oil on canvas, 220×740cm
지상에 그는 화가로 내려왔다. 2005년, 천상으로 되돌아가면서도 화가로 올라갔다. 부재(不在)의 존재로 하늘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전시가 가능해졌겠는가.
우리는 여태 한정된 시간 속의 박권수만 알고 있었다. 우리는 여태 단편으로서만 박권수 미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떠난 지 10년 만에 아라아트센터의 5개층 1,200여 평 전시장에 박권수 작품의 전체상을 구성하게 되어 그의 미학세계를 진정으로 알게 되었고, 진정으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자화상으로서의 분신이었다. 숱한 박권수들은 그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젊은 날 특권이었을 지도 모를 순수 고뇌와 절대고독을 비춰주고 있었다. 여럿의 박권수라는 풍경 앞에 원죄의식으로 버둥거리고 고칠 수 없는 병을 얻은 환자복 차림의 내가 서 있었다. 그 젊은 시절을 비춰주는 거울이 거기 있었다.
여러 박권수는 하나의 풍경이었고, 그 거울 속에서 홀로된 나는 고독했다. 그 밖의 어떤 것도 여기 없다. 누구도 풍경이 된 그를 도울 수 없었듯, 누구도 나를 도울 수 없었다. 하지만 고독한 자아를 진정으로 내려놓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시공간’으로 다가왔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이 시공간밖에 없었다.
내 존재의 거울 속에서 빛이 없는 색깔처럼 보이던 것은 어느새 색깔 없는 빛으로 바뀌었다. 다른 어떤 시간이나 공간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감정들을 불러냈다. 그것은 낮의 풍경도 아니고 밤의 풍경도 아니었다. 그에게 속한 것도 아니고 나에게 속한 것도 아니었다. 반은 빛이 없었고, 반은 색채가 없었다. 반은 형태가 없었고 반은 내용이 없었다. 그러면서 미치도록 죽도록 아름다움을 물어뜯은 간절함은 우리 내면에 자신도 알지 못했던 자신의 표상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의 작품에서 나를 보았다. 나는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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