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찰스 사치,아트홀릭』을 읽고
Chris Brown / Sotheby's Institute Of Art 재학
만일 개인이 시장경제의 흐름에 관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의 옮긴이 주연화(현재 서울, 천안, 상해 아라리오 디렉터)씨는 '미술품 소장은 개인의 취향 문제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적 파급효과를 가질땐 언제나 공개적 논의의 대상이 된다'라고 했다.
찰스 사치가 바로 그 산증인인데 그는 뚜렷한 자기만의 주관으로 미술품을 꾸준히 수집해오며 이제는 유행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컬렉터로 자리매김하였다.
사치는 지난 30여 년 동안 미술시장을 뒤흔든 혁신적 인물이다.
영국 현대미술을 동시대미술의 정점에 올려놓을뿐더러 그가 미술시장에 남긴 족적은 가히 셀 수 없다.
그런데 이런 그에게 다소 특이한 구석이 있다. 그는 소장하고 있던 자신의 컬렉션을 되파는 일에 거리낌이 없다.
션 스컬리와 산드로 키아의 작품들이 대량처분된 사례가 대표적인데 이는 '만약 작가가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든다면 그 작가의 작품을 되판다고 한들 악영향을 끼치기보단 오히려 시장을 더욱 활발히 만든다'라는 그의 신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런 점도 포함해서 결국 사치는 앞서 말한 대로 미술계의 셀러브리티가 되었고 사치가 특정 작가에게 관심을 보일 때 미술시장이 즉각 반응하고 그 결과 가격이 오르게 되었다.
이제 사치라는 이름은 수많은 컬렉터가 참고하는 이정표가 되었고, 사치를 따라 구매하는 컬렉터들이 생겼다. 이들의 구매성향에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탄생시킨 작품들로 정말 한 시대의 미술 경향이 결정되는 건 아닐까?
좋아하는 작가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데 있어 사치는 자신의 구매행위가 다른 컬렉터들을 자극하길 바란다고 한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꼭 구매하겠다는 그의 고집은 경외심이 든다. 하지만 최근 그의 미술품 소장과 처분방식이 향후 어떤 흐름을 낳고 평가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