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커뮤니티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추천리뷰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Fun Fun한 세상 - Kidult, Fun, Character가 공존하는

박재은

Fun Fun한 세상 - Kidult, Fun, Character가 공존하는


박재은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면, 유년기의 갖가지 요소가 영화를 가득 채운다. 영화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초콜릿을 소재로 권선징악의 동화적 구조를 차용하여 어린이들의 꿈과 모험을 판타지로 풀어나간다. 현대미술에서도, 이러한 키덜트적 요소를 끌어들여 작업하는 작가들이 2000년대 이후 현대미술에서 부상했다고 말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이 보낸 유년시절은 80-90년대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문화를 공유하기 전 80-90년대 아이들이 향유했던 대중문화는 TV만화, 코믹북스, 순정만화 등이었다. 유년시절은 주로 만화라는 장르 안에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추억할 수 밖에 없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만화에는 어른이 되면 곧 시들해질 유아기적 상상이 충족되는 공간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90년대 여학생들의 교실에선 순정만화잡지(당시 인기 있었던 잡지로는 issue, 윙크, 댕기, Mine등 이 있었다.)를 돌려보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고, 인기 작가는 이빈, 유시진, 황미나, 원수연 등이었다. 그 후 다소 느린 걸음으로 대중매체인 TV드라마에서 리메이크하여 방영되어 인기를 끌기도 하였는데, 원수연 작가의 ‘풀하우스’나 일본의 인기 순정만화인 ‘꽃보다 남자’가 그중 하나이다. 요즘 애니매이션으로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빈 작가의 ‘안녕 자두야’는 사실 만화책으로 출판 된지는 십여년이 지났다. 만화책이 TV나 기타 대중매체의 소재로 채택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한국현대미술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포착되는 흐름중의 하나는, 대략 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황순일, 안성하, 정보영, 오정일 등을 대표로 하는 극사실주의와 함께  팝의 요소를 끌어들여 작업하는 작가가 늘었다는 것과 이러한 팝아트의 차용은 전통의 현대성을 표현하는 작업이나 만화적인 기법이 들어간 작업에 넓게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만화적 기법을 차용한 현대작가들의 작업은 키덜트 문화의 향유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현대작가들의 작업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니는데, 첫째, 로봇이나 장난감 등의 사물을 모티브로 유아기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 장난감, 딱지, 레고, 종이인형 등 80-90년대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기억하고 있는 사물들을 모아 뽈랄라 수집관이란 일종의 전시관형태로 운영되기도 하였다. 뽈랄라 수집관의 관장이기도 했던 현태준은 80-90년대 초등학교에서 많이 그려왔던 포스터의 형식을 빌려와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로 희화하여 작업하기도 한다. 불조심 포스터, 신고전화 포스터 등 80-90년대 유난히 초등학교에서 포스터 그리기가 많았던 것은 국가에서 국민의 의식수준을 계몽하고자 하는 정책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잡동사니 같은 물건들, 장난감들을 모아 하나의 연구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작가도 있다. 키덜트적 요소를 가지고 작업하는 작가 김동현은 오토포이박사의 연구실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설정한다. 언뜻 보면 장난감의 조합 같기도 한 그녀의 작업은 우주 원리라는 일종의 대전제를 함의하고 있다. 그녀의 작업이 에너지의 흐름, 신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 등의 과학적이고, 우주적인 차원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가시적인 것은 어린아이가 능숙하게 자신의 장난감을 조립해 놓은 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어쩌면, 우주는 어린아이 같은 불완전성의 원리로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덧붙이자면, 동양에서 진리를 탐구하는 가치관 가운데 주장해온 하나의 사실은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몸 안에 우주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즉, 김동현의 작업은 이러한 우주적 진리체계에 관한 탐구이다. 또한, 우주의 근간을 이루는 일종의 에너지는 오토포이박사라는 알려지지 않은, 주변부의 인물에 의해 탐색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수많은 과학적 진리가 또다시 가설되고 해체되기를 반복하는 현대과학의 특성을 이러한 설정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과학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의 메신저로서 역할을 하는 로봇은 현대미술에서 빈번하게 채택되는 소재중의 하나이다. 현대작가 중 성태진, 이기일, 김석, 고근호, 찰스장은 어린 시절에 보아온 태권 브이를 비롯한 로봇을 모티브 삼아 작업하는 작가로 분류될 수 있다. 이들 중 성태진의 경우 전래동화의 요소를 끌어들여 현대의 로봇과 결합한다. 재미있는 것은 무장한 로봇이 실업자의 상징인 트레이닝 운동복과 맨발 차림으로 사냥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작업 「수렵도」에서) 청년실업의 문제까지도 유추해 볼 수 있는 작업이지만 분위기는 재기 발랄하다. 발랄하고, 깜찍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심리는 어린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이다. 노준 작가의 경우 사람들에게 친근한 캐릭터 인형을 등장시킨다. 하교 후 어머니가 주는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tv만화에 빠져드는 어린이의 모습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면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이다. 작은 캐릭터 인형이 달콤한 케잌 위에 앙증맞게 올려져있는 모습은 동심에 세계에서 접할 수 있는 지극한 즐거움의 단면이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고 나서도, 어린 시절의 감수성을 이어가고 싶을 때가 있는데, 미키마우스, 뽀로로, 피노키오, 도날드 덕과 같은 캐릭터를 계속해서 소비하는 심리가 바로 그것이다. 동시대 미술의 흐름중의 하나는 자라오면서 보았던 디즈니 만화나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를 구성하여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가 늘었다는 것이다. 재기발랄한 것, 반짝이고 원색의 알록달록한 화면들은 달콤한 빵이나 케익,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과 같은 미각을 자극하는 것들과 결합하기도 한다. 최근에 발랄하고, 귀엽고, 재미있는 경향의 작업이 많아지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볼 문제다. 더불어 제유성과 같이 자신만의 왕국을 수호하는 키덜트적 감수성의 작업은 유년기시절에 자신의 성을 쌓고 놀던 행위를 떠올리게 한다. 제유성의 「Beyond The World」는 아무에게도 간섭받거나 침범 당하지 않는 안전한 요새의 형태를 띄고 있다. 요새는 군사적인 용어지만, 그가 구축하고 건설한 세계는 유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어린이의 요새이다. 조금만 힘 있는 사람이라면 곧 망가뜨릴수도 있을 것 같은 연약한 세계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탈속성의 세계관도 나타난다. 윤가림의 경우 어린아이의 놀이를 인용하여 전시장에서 빵을 직접 만들고 굽는 과정을 진행한다. 그녀의 개인전 ‘세가지 타입’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어린이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학습을 연상시킨다. 전시는 만들고, 냄새 맡고, 보고, 말하고, 먹는 행위가 동시에 일어나는 공감각적 체험으로 진행된다. 놀이란 몸을 쓰고 노는 공감각적 활동인데, 시중에 나오는 장난감이나 사설미술학원이 오감체험을 목표로 하는 것 역시 유아기에 체험을 중요시 하는 교육이념이  여러 곳에서 시행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동시대 미술이 재미있고, 활기 넘치며, 발랄한 것으로 가고 있다고 볼수 있는데, 이러한 흐름은 팝아트의 요소를 끌어들여 작업하는 작업과 전통의 현대성을 내포하고 있는 작업에서 그러한 특징을 찾아 볼 수 있다. 만화나, 캐릭터와 같이 재미있고, 유쾌한 형식을 토대로 전통의 현대성을 표현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로는 서은애, 손동현, 아트놈 등이 있다. 잡지만화나 만화의 캐릭터를 순수예술과 접목한 것이 팝아트의 기원이었다면, 한국현대미술에서는 전통적인 것과 팝적인 요소의 결합적 화면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팝 아트가 일상생활의 특별함을 표현했듯 서은애의 경우 여가나 유아기적 유희 등 우리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즐거움에 대해 사유한다. 동시대 미술의 흐름 중 하나를 이루는 키워드는 재미와 즐거움이다. 팝 아트는 젊음, 매력, 위트 등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데, 동시대 작가들은 팝아트의 형식을 빌려 그들의 유년시절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오락적인 것들, 이를테면, 로봇이나 장난감,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 만화를 대표로 하는 캐릭터들을 불러들인다. 80-90년대 우리의 어린 시절 즐거운 여가와 오락을 책임지는 것들은 만화와 만화 속 캐릭터들이었다. 2000년대 이후 우리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즐거움을 동시대 작가들은 이러한 과거의 추억과 오락적인 재미 속에서 모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전체 0 페이지 0

  • 데이타가 없습니다.
[1]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