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산영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4000원의 통합관람권으로 현재 진행 중인 6개의 유료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그 외 무료 전시인 <식물도감: 시적 증거와 플로라>는 관람권 없이도 관람 가능하다. 통합관람권은 만 24세 이하, 만 65세 이상, 대학생 등은 신분증이나 증명 자료를 지참하면 무료로 표를 구매할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 2016: 양지앙 그룹
지하 1층 서울박스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양지앙 그룹이 <서예, 가장 원시적인 힘의 교류>라는 제목으로 오늘날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하였지만, 동아시아의 오랜 문예 전통인 ‘서예’의 행위와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이다.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문예 전통인 ‘서예’를 바탕으로, 만찬 후 남은 음식을 이용하여 실험적인 글쓰기를 선보이고, 중국의 전통차를 마시며 그 향의 여운을 음미하는 등의 관람객 참여형 퍼포먼스들로 서울박스의 풍경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변모시키는 프로젝트로 <다 함께 차마시기>, <미술관에서 서예하기>가 연계 교육으로 진행 중이니 자세한 내용은 사이트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리고 양지앙 그룹의 다큐멘터리 영상이 아카이브에서 상영된다.
-전시 팸플릿-
올해의 작가상 2016
<올해의 작가상>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적인 정례전시로 작가 김을, 백승우, 함경아, 믹스라이스(조지은, 양철모)의 작품이 제 1전시실과 2전시실에 전시되어 있으며, 2017년 2월 19일까지 진행된다.
전시실 1 에는 작가 김을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는 1450여점의 드로잉과 관람객이 출입 가능한 2층 건물이 설치되어 있다. 전시 팸플릿에 따르면 2층 건물은 실제와 가상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작업하는 예술가의 작업 공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한다.
- 전시 팸플릿-
전시실 2로 넘어가면 작가 백승우, 함경아, 믹스라이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 백승우의 작품들은 사진을 확대하거나 축소하거나 또는 밝기나 사진 크기를 조절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한 작품들이었다.
작가 함경아의 공간에는 ‘탈북과 정착’을 주제로 한 조각,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 퍼포먼스의 주체인 탈북 소년의 인터뷰, 그리고 그 흔적이 작품으로서 전시되어 있었다.
믹스라이스는 작가 조지은, 양철모로 구성된 듀오그룹으로 이 그룹의 작품들은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 설치되어 있다. 믹스라이스는 ‘인간과 식물의 다양한 이주’를 주제로 한 작품들인데 식물의 흔적을 쫓는 2채널 영상 <덩굴연대기>가 음악과 영상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예공방 ㅣ 공예가 되기까지
전시실 3, 4에서는 <공예공방ㅣ공예가 되기까지>전이 열리고 있었다.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뉘는데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시간을 ‘두드리다’는 공예가 이봉주, 고보형의 작품들이, 공간을 ‘주무르다’에선 공예가 배연식, 강기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관계를 ‘엮다’에선 공예가 박미옥, 오화진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에서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공예가 이봉주는 방짜 유기를 제작하는 중요무형문화재 77호 장인이다. 그의 작품 옆에는 투박한 금속이 불을 만나 점점 모습이 변해가는 모습을 담은 작업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공예가 고보형의 공간에선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크나 국자, 주전자 등의 것들이 어딘가 독특한 모습으로 바뀐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 다음에 전시된 작품들은 공예가 배연식의 푸레도기였는데 이 푸레도기는 푸르스름한 도기로 직접 채취하여 3년 동안 숙성시킨 흙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공예가 강기호의 도기들은 하얀색의 도기들로 손으로 점토를 길고 둥글게 말아서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코일링(coiling) 기법으로 만든 도기이다.
공예가 박미옥은 한산세모시짜기 이수자로 한산지역에서 유일한 고운모시짜기의 달인으로 모시를 짜는 영상과 함께 베틀, 그리고 모시와 모시로 만든 한복이 전시되어 있었다.
공예가 오화진은 본능적이고 감각적인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그녀의 작품을 보면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무언가 이상하고도 신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번 전시에는 앞서 말한 공예가 이봉주의 작업영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간마다 공예가의 작업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덕분에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모습으로 작품을 만드는지 감상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6 : 김수자 / 마음의 기하학
<김수자 / 마음의 기하학>전은 전시실 5에서 전시되고 있다. 전시실에 들어가면 어두운 조명에 커다란 원형 테이블에 동글동글한 점토공(클레이 볼)들이 가득 올려져 있고 <구의 궤적>이라는 제목을 가진 점토공들이 구르는 사운드가 들린다. 이 작품은 관람객 참여형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사운드, 영상, 흔적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보이드 (VOID)
<보이드>전은 ‘군도형 미술관’이라는 개념으로 서울관을 설계한 건축가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이라고 명명한 국립현대미술관의 ‘바다’를 탐색하는 전시이다. 전시실 6, 7, 미디어랩을 관람 동선의 축으로 놓고 전시장 바깥의 비워지거나 버려진 공간들, 외부에서 부유하는 공간들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전시 팸플릿-
<보이드>전 중 작가 장민승, 정재일이 연출한 <밝은 방>은 건물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전시실 6을 하나의 거대한 밀폐형 공명통으로 설정하고, 빛과 음악, 색으로 연출한 작품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 중 하나이다. 관람객들 모두 숨죽이고 어두운 전시 공간에 배치된 의자에 앉아 크게 공명하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그 순간이 좋았고, 왠지 모르게 편안하게 느껴졌었다.
그 외에 작가 김희천, 최춘웅, 오픈하우스서울, 출판물 옵.신이 전시되어 있다.
미각의 미감
《미각의 미감》은 도시를 생동하게 하는 음식 문화를 통해 재발견되는 삶과 예술 그리고 공동체를 주목하는 전시로 시각, 미각, 후각, 청각으로 관람객들을 자극한다. 도시 생동 (Food x Urban Mobility), 음식과 공동체 (Food x Community), 음식을 통한 공유와 나눔 (Food x Sharing Culture)의 세 가지 주제어를 바탕으로 총 13인/팀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삶의 양상을 ‘도시라는 무대’위에 펼치게 된다.
2016년 12월 26일부터 2017년 2월 10일까지 《미각의 미감》의 연계 겨울 프로모션으로 <따뜻한 미술관 맛있는 미술관>이 진행된다. 이벤트 1 따뜻한 미술관은 MMCA 서울관의 따뜻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SNS에 업로드 후 멀티프로젝트홀 앞 안내데스크 직원분께 보여주면 1일 100명 한정으로 핫팩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이다. 이벤트 2 맛있는 미술관은 2017년 1월 14일부터 1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벤트로 맛있는 수프를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이벤트이다. 1월 24일엔 고구마 수프가 제공되었는데 고소하고 약간의 달콤한 맛이 나는 따뜻한 수프 덕분에 추위와 허기를 달랠 수 있어 좋았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시선을 끈 작품은 작가 아키타입(이지원)의 <가스트로노미 앙케트>이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음식과 관련된 일상적인 상황을 제시하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질문의 답변을 통해 참여자의 취향을 유추하여 음식 문화를 즐기는 방법을 인쇄물로 제공한다. 명확한 답변이기보다는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상과 밀접한 가스트로노미 활동들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흥미를 유발하는 작품이었다.
-전시 팸플릿-
작품들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전시 곳곳에 배치된 헤드셋이었다. 총 3개의 헤드셋이 설치되어 있는데 한 여자와 남자가 나직이 읊조리며 각각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는데 지나왔던 하루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어주었던 작품이었다.
식물도감 : 시적 증거와 플로라
<식물도감 : 시적 증거와 플로라>는 여러 학문 분야의 식물 전문가들이 수집하고 정리한 도큐먼트와 식물 자료를 통해서 식물을 둘러싼 독특한 문화적 현상들을 예술적 표현으로 탐구해보는 무료 전시로 디지털정보실의 여섯 번째 아카이브 전시로 디지털 아카이브에서 2017년 3월 19일까지 열린다.
-전시 팸플릿-
식물분류학biological taxonomy, 문화사학cultural history,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시각문화연구visual studies라는 네 개의 영역에서 식물 현상을 연구한 흔적과 창작물로 구성되며, 살아 있는 식물, 표본화된 식물, 식물을 표상한 그림과 모형뿐만 아니라 책, 논문, 신문기사 그리고 조형적 해석들과 서울의 열대식물 분포도가 전시 및 설치되어 있다. 전시된 자료들은 푸른 잎과 섬세한 형태로 시선을 모으기도 하고, 신비로운 생명성과 청정 자연의 소중함을 역설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간이 문화 속에서 식물을 관찰, 해석, 해체, 가공, 전시하는 독특한 양상들을 거울처럼 비추어주기를 기대한다.
-전시 팸플릿-
전시되어 있는 세밀화들은 저작권의 문제로 사진촬영이 불가능하였다. 그러나 평소에 보기 힘든 식물들을 직접 관찰할 수 있고, 관련된 이야기들을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된 전시였다.
■ 홍산영 덕성여대 문헌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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