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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사진에 필요한 것들

김영태


 
글: 김영태 / 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주지하다시피 현재 한국사진은 사회적으로 많이 확장되었고, 어느 매체보다도 대중적으로 친숙한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대규모 사진행사가 많이 개최되고 있고 예술로서의 위상도 높아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제성을 포방한 사진행사도 꾸준히 늘어났고, 서양과 마찬가지로 예술제도로부터 현대예술로서 수용되어 큰 비중으로 자리매김한 탓이다. 또한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을 거치면서 대학에 사진학과가 급속도로 많이 개설되어 사진전문 인력이 많이 배출된 것도 사진의 사회적인 위상이 높아진 여러 요인 중 하나다. 또한 1980년대 중후반부터 아마추어리즘에서의 탈피와 표현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노력한 것과 1990년대에 국제화, 세계화, 전문화 과정을 거친 것도 사진문화발전의 중요한 요인이다. 그와 더불어서 2000년대 초반부터 디지털카메라가 빠르게 보급됨으로 인하여 대중들이 사진 찍기에 익숙해진 것도 사회적으로 사진이 확장되고 위상이 높아지는 것에 기여했다.
 


그 외에도 세계미술시장의 호황 때문에 한국미술시장도 성장함에 따라서 사진작품의 판매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 한 것도 사진문화 발전에 기여한 여러 요인 중 하나다. 이처럼 한국사진은 길게는 지난 1980년대부터, 짧게는 2000년대부터 새로운 지형으로 변모하며 발전했다. 하지만 한국사진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좀 더 발전하기에는 한계지점이 드러나고 있고, 또 다른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출생률이 떨어짐으로 인하여 고3입시생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서 사진학과들이 신입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폐과가 된 학과도 생기고 있다. 사진학과폐과는 점점 더 늘어날 추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는 어느 사진학과가 유지를 할 수 있을지 예측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제는 독립학과로 유지되고 있는 학과는 없다. 또 2000년대 초반부터 대규모 사진행사는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전시를 기획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많이 부족하다. 기획자뿐만 아니라 이론가. 평론가 등도 새롭게 충원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대규모 사진전시는 많이 개최되고 있지만 사진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수집하는 공간도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없다.
또한 2000년대 초반부터 동강국제사진제, 대구사진비엔날레, 서울사진축제 등 사진행사가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여 개최되고 있는 행사는 없다. 제도적인 지원의 부족, 전문적인 인력 부족, 관계자들의 행사에 이해도 부족 및 사명감의 결여 등 여러 이유로 인하여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행사가 없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사진이 현재와 같은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사진문화가 발전하고 확장되려면 제도적인 뒷받침과 더불어서 개별 전문 인력의 다양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우선 유능한 전문적인 인력이 한국사진에 유입되려면 사진행사, 신인작가 발굴제도 등이 현재 보다 좀 더 합리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작가, 이론가, 평론가, 큐레이터 등이 사진제도로 지속적으로 유입 될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지고 합리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행사인 동강국제사진제는 보수적인 행사운영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작가와 기획자들이 참여 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문화적인 지형을 잘 이해하는 인사들이 행사운영에 참여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으로 행사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인이 설립되어야 하고 예술행정에 좀 더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행사를 준비하고 기획해야 한다. 또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좀 더 합리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행사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시스템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2016년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심각하게 퇴행을 하게 된 것은 공적인 행사를 개인의 욕망과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이 행사에 참여 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행사의 시스템도 정비해야 하지만 인적 청산도 병행되어야 한다. 서울사진축제도 작년 11월에 7회째 행사가 한 달 동안 진행되었는데 기획자의 기획력, 예산, 전시공간의 분산 등 여러 문제를 드러냈다. 또한 작가 층이 두텁고 다양하지 못한 것도 여실히 드러나는 행사였다. 서울사진축제도 현재보다 좀 더 발전하려면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고 유능한 기획자가 참여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전시장도 대중과 원만하게 소통 할 수 있는 지역에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 현재 한국사진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살펴보았다. 사진의 시대에 한국사진은 여러 모로 위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의 문화적인 지형에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사진의 여러 주체들이 공적인 사명감을 갖고 사진행사와 여러 작가공모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또한 사진에 대한 인식이 좀 더 열려 있어야 한다. 사진을 기반으로 시각예술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태도와 활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사진관련 매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진전문지는 지나치게 보수적이거나 대중을 의식하여 잡지를 운영하게 되면 결국 퇴행하고 동시대예술의 지형에서 고립된다. 그러므로 사진문화를 견인하고 균형 감각이 느껴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즉 현재 한국사진문화의 지형에서는 사진관련 매체가 일정한 역할을 하며 유지되려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중용적인 태도로 운영해야 한다. 사진은 이제 기록이나 사회를 변혁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뿐만 아니라 현대예술로서도 폭 넓게 소통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인 지형에서는 사진의 사진다움과 같은 경직된 태도에서 탈피하여 표현의 자율성이 중요하고 작가로서 진정성 있는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태도를 기반으로 열린 사고로 사진과 예술을 바라보아야 한국사진이 동시대 예술의 지형에서 고립을 면할 수 있다. 한국사진이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새로운 발전을 이룩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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