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대낮의 꿈 ⓒ김남준
초현실주의. 최근 대중들에게도 가장 선호되는 현대미술의 장르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대표적인 작가인 살바도르 달리나 르네 마그리트 등은 이미 국내에서도 대규모 개인전이 개최되어 많은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으며, 올해도 제3세계 국가인 이집트의 초현실주의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해외의 초현실주의가 국내의 대중들에게 익숙해졌음에도,정작 국내에도 초현실주의의 길을 걸어간 화가가 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김영환(1928-2011), 그는 한국 화단에서는 이례적으로 초현실주의 미술의 길을 걸어간 독특한 존재이다. 함경남도 안변 출신으로 학생 시절 이중섭의 첫 번째 제자가 되어 그림을 배웠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월남하여, 1956년 반국전 선언을 내세운 ‘4인전’에 참여해 화단에 데뷔하여 이후에도 평생 국전을 거부하면서 각종 재야 미술전과 개인전을 통해서만 활동했다. 말하자면 중앙화단을 뒤로 한 채 평생 외길을 걸은 셈으로, 어쩌면 이러한 중앙화단과의 거리가 낯선 작가로 인식되는 요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거리를 두었기에 당시 화단에서의 유행과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독자적인 초현실적 작품세계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럼 김영환이 평생 이어 온 초현실에는 무엇이 펼쳐져 있을까.이에 대해서 한가지로 정의 내릴수는 없을 듯하다.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어떤 작품은 멀찍이 지평선이 펼쳐지는가 하면, 이질적인 이미지가 조합되기도 하고, 비어있는 공간이 트여있는 구성을 통해 여유를 보여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실험이 확인된다. 다만 이렇게 다양한 양식들 속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소와 말, 새 등의 동물들이나 나체의 인물 등이다. 특히 동물 중에서는 소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그의 스승이었던 이중섭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하겠다.
그가 떠난지도 이제 6년이 지났다. 하지만 생전 중앙화단을 거부가고 평생 고독한 외길을 걸어서인지 이제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가 남긴 수백여점의 작품들이 언젠가 빛을 본다면 한국근현대미술사의 지평을 더욱 넓힐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언젠가 고독하게 창작의 외길을 걷던 그의 작품들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