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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뱅크시와 북촌생활사박물관의 꽃

김산

 

좌) 뱅크시, 분노, 꽃을 던지는 사람                                    우) 북촌생활사박물관 전시전경        


“미술관에 간 당신은 단지 백만장자들의 장식장을 구경하는 관람객에 불과하다.” 

지난 3월 중고도서 행사에서 만난 영국 그라피티 아티스트(graffiti artist) 뱅크시(Banksy, 1974- )의 책,『Wall and Piece』( 2015년 국문번역본 출간)의 카피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뱅크시에 대해 찾아보니 “권력화된 제도, 자본주의에 물든 미술계를 신랄하게 비판한다.”고 평하고 있었다. 그의 말은 미술관과 갤러리를 자주 찾는 나에게 불편하면서도 동시에 간지러운 곳을 시원스레 긁어주었다.

그 후 4월의 어느 봄날, 삼청동 북촌생활사박물관을 들렸다. 다른 곳에 가던 중 여유가 있어 우연히 들린 그 박물관은 명칭대로 ‘생활사’, 그 자체였다. 박물관은 막 이사를 들어온 1950년대 가정집을 연상케 할 만큼 온갖 옛 생활소품들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중 한 쟁반이 압권이었다. ‘1940년, 대나무, 계동 장씨家’라는 캡션은 그것이 박물관 소장품임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그 쟁반 안에는 물이 차 있고 꽃잎이 띄워져 있었다.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내 치졸한 상식을 깨고 놓여있는 그 꽃잎을 보며 뱅크시의 <분노, 꽃을 던지는 사람(Rage, Flower Thrower)>을 생각했다. 2003년 이스라엘에 그려진 그라피티로 시위자처럼 보이는 인물의 손에는 화염병이 아니라 꽃이 들려있어 역설적이게 평화를 향한 강력한 요구가 전달되는 작품이다. 그 쟁반에 놓인 꽃잎은 그라피티 작품 속 꽃과 같이 내게 생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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