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태(전시기획자. 현대사진포럼대표)
21세기 문화의 단면을 보여 주는 사진전
한성필 개인전 'FACADE : face-cade'전 리뷰
현대사회는 모조와 실재가 혼재되어 있고 모조가 더 실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현대인들은 인터넷상의 가상현실이 현실 생활의 연장 되어 삶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거리 곳곳이 모조로 가득 차서 실재를 대체하고 있고 무엇이 실재이고 모조인지 구분이 모호해지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서울 서교동에 있는 갤러리 잔다리에서 'FACADE : face-cade'라는 제목으로 한성필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한성필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런던을 시작으로 버밍험, 파리, 베를린, 뮌헨, 마드리드, 로마, 베니스, 이스탄불, 서울 등 세계 여러 도시들을 찾아다니며 보수공사현장을 가린 차단막을 찍었다. 그런데 차단막에 그려진 그림이 너무나도 실재처럼 보인다. 그리고 촬영 당시의 조명도 자연광과 인공조명이 어우러져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한성필은 세계 여러 도시에서 모조 건물 또는 실재 같은 거대한 그림을 찍었는데 실제 전시 작품의 크기도 대형사이즈이기 때문에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번에 전시 되는 작품들은 모조와 실재가 혼재 돼 어떤 것이 진짜이고 가까인지 구분하기도 힘들다. 개성적이고 독특한 컬러, 그리고 숙련되고 세련된 카메라워크가 상호작용하여 동 시대의 문화적인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 서문을 쓴 진중권씨는 다음과 같이 한성필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최근에 거리에 나타난 가상의 파사드들 속에는 이 시대의 기술적 조건, 문화적 기억, 세계-인간 존재의 변화가 은밀히 집약되어 있다. 한성필이 파사드에 주목한 것은 바로 그 냄새를 맡았기 때문일 게다. '파사드 프로젝트'는 내게 벤야민의 '파사주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연상시킨다. 30년대에 벤야민이 파리의 아케이드에서 20세기를 읽은 것처럼 그의 <파사드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21세기 꾸는 꿈을 해독할 수 있지 않을까?"
전시되고 있는 작품 모두가 컬러가 장식적이면서도 미학적인 완성도가 높아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작품마다 표현대상의 정면을 강한 느낌으로 촬영하여 사진매체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특별하게 후처리과정에서 기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촬영과정에서 명확한 컨셉트를 바탕으로 표현대상에 접근 한다면 완성도 높은 최종 결과물을 생산 할 수 있는데 이번 한성필의 개인전은 그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현대 사회는 자연물 보다는 인공물, 그리고 실재보다는 모조가 현대인들의 삶에 더 강한 영향을 끼치고 가깝게 느껴진다. 그리고 삶의 터전이 대부분 모조로 이루어져서 현실이 영화나 드라마의 특정한 장면처럼 느껴질 때 도 있다. 이번 한성필의 개인전은 현대사회의 그러한 면을 사진적인 표현방법으로 확대 해석해서 반영 하고 있다.
전시작품의 강렬한 컬러와 묘한 분위기가 오랫동안 보는 이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감성과 정서를 형성 하는데 강하게 의미 작용 할 것이다.
글: 김영태 (kyt688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