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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진의 역사 이해에 도움 되는 전시회

김영태

- 김영태│현대사진포럼대표(kyt6882@hanmail.net)

만레이 특별전ㆍ세계 사진 역사 전

한국사진은 최근 3년 내지 4년 사이에 과거와 다른 새로운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사진가들이 개인전과 그룹 전을 통하여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고, 해외 사진가들의 국내 전시회와 방문도 흔한 일이 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이벤트성 전시회가 많이 기획되어 전시되고 있는 것은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11월 4일부터 12월 16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는 김영섭 사진화랑에서 기획한 ‘만레이 특별전 및 세계 사진 역사 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모두 4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는데, 20세기 초반 다다이스트 이자 초현실주의자로서 사진을 비롯한 시각 예술 전반에 거쳐서 아방가르드적인 작품 활동을 한 만레이의 작품과 19세기 중반에 제작된 사진에서부터 20세기 후반 현대 사진가들의 작품까지 다양한 주제와 표현양식의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초기 건축사진과 현대풍경 사진작품은 사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다.

사진은 기록의 수단과 회화의 보조적인 역할을 위해서 발명되었다. 하지만 20세 중반 이후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매체로 각광받고 있는데,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그것을 사진의 역사를 이해 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이었다. 작년에 앙리까르띠에 브레송 회고전과 세바스티앙 살가도 회고전이 대규모로 개최되었지만, 이번에는 사진사에 언급되고 있는 유명 사진가들의 작품을 직접 볼 좋은 기회였다.

현재 한국은 인터넷과 디지털 카메라가 급속도로 보급된 것에 힘입어 사진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계사진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고 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관람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세계 사진 역사 전'이라고 하지만 전시되고 있는 작품이 대부분 미국작가들의 작품인 것은 '세계사진 역사 전'이라는 명칭에 조금은 미흡하게 느껴진다. 20세 초반부터 1980년대까지 세계사진의 흐름을 미국이 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들과 사진 애호가들에게 사진의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 작가들의 작품 비중에 균형을 유지하여 선정하는 것이 타당했다.

공공 사진미술관 건립이 필요하다
이번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은 이 기획전을 위하여 새롭게 선정하여 랜탈해 온 것도 있지만, 김영섭화랑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도 있다. 좀 더 깊이 있고 의미가 있는 전시회가 되기 위해서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해서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관람객들이 사진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실 그러한 역할은 상업화랑이 아닌 국립현대미술관 혹은 시립미술관 또는 공공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진미술관을 건립하여야 가능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사진은 사진문화가 제대로 성숙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이 있다.

지금까지는 세계 사진사에서 중요한 사진가들의 대규모 전시회가 상업화랑에 의해서 개최되어 공적이고 교육적인 역할보다는 상업적인 목적인 더 우선시되어 기획되었다. 한국사진이 좀 더 성숙하고 발전하려면 공적인 목적으로 사진전을 개최하고 예술성 높은 작품을 소장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진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번에 김영섭화랑이 기획한 대규모 사진전이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도 많이 있지만 사진전시 문화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여러 가지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개관 이후 김영섭화랑에서 지난 3년간 한국사진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은 높이 평가한다. 이제 한국사진이 새로운 출발을 하려면 공공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진미술관의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사진의 시대를 한국 사진계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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