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진은 1990년대 초반 이후 현대화, 국제화, 세계화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하고 개성적인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고 세계사진의 흐름과 함께 하고 있다. 물론 일부 젊은 사진가들은 특정하게 유행하는 사진 흐름을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경향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다양한 경향의 작품들을 전시장에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스러운 현상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일부 스트레이트 포토를 추종하는 원로 사진가들은 기회만 주어지면 현대미술로서의 사진을 폄하하는 발언을 통해 리얼리즘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사진만이 한국사진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역설한다.

특히 젊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도 여기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사진문화의 발전과 성숙을 위해 결코 긍정적이지 못하다. 이는 대중들과 사진 애호가들에게 사진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심어주는 행위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다양하고 개성 있는 형식과 내용의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는 것이 중요하지, 장르를 구분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경직된 사고의 산물이다. 현대사진에서는 장르를 구분하고 차별하는 행위 그 자체가 지극히 무의미한 일이다.

장르 구분, 경직된 사고 버려야
현재 한국사진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사진전문 갤러리가 10여개로 늘어났고, 중견 작가 배병우를 비롯해 일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해외 아트페어에서 고가에 판매되기도 했다. 그리고 김아타의 ‘뮤지엄 프로젝트’ 시리즈가 아파추어에서 작품집으로 출판되었고, 뉴욕 국제사진센터 전시장에서 초대전을 갖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언급한 일들은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는 한국사진의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사진은 구조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진작품이 국내에서도 조금씩 팔리긴 하지만 사진계 자체에는 사진작품의 유통과 소비를 담당할 만한 조직과 제도 등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화랑에서 사진작품을 판매할 뿐이다.
그나마 사진작품을 판매하는 사진전문 화랑에서는 아직 외국 유명사진가들의 대규모 전시회와 판매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작가들의 작품판매와 홍보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그리고 미술은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공모제도가 수없이 많이 있지만 사진은 그리 많지 않다.
국내작가들의 작품이 유통되고 소비되려면 국내 사진전문 화랑이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사진전문 화랑들만의 단체를 만들어 신인작가 발굴과 사진작품의 유통과 소비를 위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사진작품 가격의 안정과 품질보증을 위해서도 사진전문 화랑들의 단체는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

사진 유통과 소비 시스템 더 이상 못 미뤄
지난 연말에 어느 사진평론가가 사진전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진계’라는 용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었다. 실제로 30대 젊은 사진가들은 사진계에 알려지기 보다는 미술 쪽에 많이 알려지고 사진저널 보다는 미술저널에 소개되기를 더 원한다. 그리고 앞 세대의 사진가들에 비해 한국사진에 대한 역사의식과 연대감도 부족하다. 그것은 세대 차이에 의해 생긴 현상이라기보다는 사진계 내부에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너무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사진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려면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진관련 단체가 주체가 되어 사진작품의 유통과 소비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국내에서 대규모 사진 페어와 국내작가를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국제적인 사진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필요하다. 형식적인 행사 보다는 실제적으로 필요한 내용으로 기획된 행사가 개최되어야 한다. 2007년 새해에는 한국사진계 스스로가 한국 사진문화를 이끌어가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