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창작스튜디오 활성화를 제안함
김성 / 지역활성화연구소장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가 사실상 방치되어 온 광주시립미술관의 양산동과 팔각정 창작스튜디오 활성화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만드는 일에 비한다면 사소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제야 그 순서를 제대로 밟아가는 것 같아 대단히 기뻤다.
광주는 예향의 자존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러나 까놓고 말해 현실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예술' 역시 `경제'를 뒤따라 수도권으로 몰려가 버려 광주에서는 예술품이 제대로 거래되지 않고, 이로 인해 대학에서 배출되는 수많은 전업미술작가들이 생활을 유지하기도 힘든 처지에 직면해 왔다.
16세기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가 꽃피웠던 것은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불후의 명작을 남길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기 때문이었다.
예술인재 양성 토양 필요
광주에서는 시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외에 의재미술관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인큐베이터 사업의 일환으로 국비를 지원받아 거주(레지던스)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3명의 외국인과 10명의 한국작가가 입주하거나 입주기간을 마치고 돌아갔고, 이 프로그램과 관련해 50여명의 외국인과 수십명의 한국인 기획자들이 세미나 및 워크숍에 참여했다.
입주작가들은 광주에 머물면서 민주·인권·평화를 바탕으로 한 광주정신을 배우고, 홈스테이를 자청하는 시민들의 가정을 방문해 따뜻한 광주의 모습을 체험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의재창작스튜디오와 광주시립미술관 입주작가 29명이 오는 5월 7일부터는 구 전남도청 본관에서 광주에서의 경험을 나름대로의 작품에 표현한 전시회를 함께 갖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작가들간에 교류협력과 선의의 경쟁이 생기고, 더 나아가 창작의욕을 북돋우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 10년, 20년 뒤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한 광주 체험작가들이 광주를 바탕으로 성장한 자신의 작품을 새로 지어진 아시아문화전당에서 다시 선보일 때 광주는 명실상부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창작스튜디오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입주작가가 한 지역에 장기적으로 체류하면서 그 지역의 문화예술 및 철학을 습득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지역내 작가와 상호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창작영역을 넓혀 나갈 수 있다.
셋째, 훌륭한 예술인을 키워냄으로써 창작스튜디오가 소재한 지역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다.
넷째,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입주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됨에 따라 문화적 수준의 향상을 기할 수 있다.
지역특성 반영한 스튜디오 조성을
그러한 점에서 이 차제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와 훌륭한 경관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전남은 나름대로 특성을 갖춘 창작스튜디오 사업을 활성화하여 예술가들을 위한 토양을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해 본다.
예를 들어 의재미술관은 전통회화를 기반으로 한 창작스튜디오로, 광주비엔날레는 설치예술로, 광주시립미술관은 서양회화로, 광주디자인센터는 디자인분야로, 임방울재단은 판소리 창작스튜디오로 특성화하고, 공간의 폭을 넓혀 이청준 송기숙 한승원 등의 고향인 장흥은 문학창작스튜디오를, 목포는 차범석창작스튜디오(연극)를, 보성에서는 채동선창작스튜디오(음악)를, 장성 필암서원에서는 동양고전문학스튜디오를 운영하도록 한다면 예향 호남의 긍지도 찾고, 문예부흥도 더욱 힘차게 일어나지 않겠는가.
입주를 희망하는 예술인들이 늘어나고, 또 입주한 예술가들이 한데 모여 교류와 협업을 강화해가면 디자인이나 애니메이션, 그 밖의 컨텐츠를 개발하는 문화산업의 길도 자연스럽게 훤히 뚫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