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물의 여행’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다녀와서..
백현주
백현주 | (주)엘케이 투어 기획이사 (abigail99@hanmail.net)
일본의 카가와현에 있는 나오시마 섬을 미술 테마여행으로 기획해 다녀왔다. 갤러리에서 일하면서 우리 미술을 더 상승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해외미술공간의 탐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오다가 이번 4월에 제1차 여행을 실행할 수 있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 많은 관심을 가지신 성우 배한성님이 일찌감치 여행에 합류하셨고, 공간건축의 대표로 일하신 건축가 김원석님, 갤러리를 운영하시는 백정란님, 앤틱샵을 운영하시는 서민정님 등 미술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이 함께 했다. 또한 서울문화재단의 대표로 일하다 지금은 일본 외무성 초청으로 일본의 문화예술정책을 연구하고 계신 탤런트 유인촌님 부부가 동경에서 오카야마까지 무리한 일정을 감수하고 현지에서 합류해 여행의 유익함과 즐거움을 더해주셨다. 나오시마는 일본 본토 중남부 해안의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 해상국립공원에 자리한 섬으로 18년째 섬 전체를 ‘살아 숨쉬는’ 미술관으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카야먀(岡山)현 우노항에서 훼리로 20여분 거리. 여의도와 비슷한 8.13km² 면적에, 인구 3600여명의 이 섬을 세계적인 여행전문지 트래블러는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세계 7대 명소’ 가운데 하나로 꼽은 바 있고, ‘세계 3대 아트 아일랜드’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고 평론가 최병식 교수님이 알려주셨다.
나오시마섬을 아트 아일랜드로 개발한 베네세 그룹의 후쿠타케 소이치로(福武聰一朗) 회장은 바쁘고 힘든 현대인들의 쉼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의도를 가지고 예술성과 비즈니스를 고려해 조성했다고 한다.일본의 세계적 건축가로 꼽히는 안도 타다오(安藤忠雄)에게 섬 전체의 연출을 맡기고 끊임없는 토론과 의견조율을 거쳐 베네세하우스라고도 불리는 나오시마 현대미술관을 개관하고 호텔을 겸한 갤러리를 선 보였다. 세계적인 호텔의 예술컬렉션의 순위를 조사하여 호텔들의 예술적 품격을 구분하는 것이 요즈음의 새 풍속도인데, 베네세 하우스는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컬렉션을 먼저하고 미술관에 호텔을 접목시켰으니 그 시도가 이미 품격을 달리한다 하겠다. 브루스 나우만, 프랭크 스텔라, 리차드 롱 등의 작품들은 나오시마를 배경으로 각 아티스트들의 예술성을 풀어놓은 작품들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또 하나의 감동은 칸 야스다의 ‘천비’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작가는 3년간을 고심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베네세 하우스는 작품을 둘 공간을 비워둔 채 3년을 기다려주었다는 것이다. 작가들에 대한 배려와 작품을 위하는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 지 명품의 탄생은 거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안도 타다오의 또 하나의 작품 ‘지중 미술관’.
인상파의 거장 클로드 모네의 ‘수련(睡蓮)’ 을 소장하게 된 것을 계기로 후쿠다케 회장은 지중미술관을 계획하게 된다. 지중 미술관은 안도 타다오의 설계로 2004년 7월에 오픈하였는데 전시하는 공간은 모두 지하 3층으로 자리 잡고 미술관의 지붕은 섬의 봉우리와 같은 높이로 되어있다. 기하학적 무늬의 창문들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와 3개의 전시장을 비춘다.
‘수련’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도록 작품에 맞춘 전시공간은 작가들로서는 부러움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른 두 작가 제임스 터렐과 월터 데 마리아의 방도 탄성과 감탄을 절로 불러일으킨다. 작품을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게 대하고 관리하는지 그 정성과 성실은 정말로 배워야 할 것이다.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제임스 터렐의 ‘Open Sky'의 감동은 돌아와서 밤하늘을 바라볼 때도 여지없이 황홀한 느낌으로 나를 데려가 준다. 작품이 주는 감동의 위대함을 맛보는 시간이었다.
미술관외에도 나오시마의 옛집들을 작가들에게 맡겨 개조한 집을 작품으로, 또는 그 안에 작품을 영구 소장하게 하는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이에 프로젝트’. 서울문화재단 대표시절 명륜동 프로젝트를 시행해 본 유인촌님은 지대한 관심으로 많은 것을 보고 메모하며 비교하고 진지한 연구원의 자세로 함께 여행하는 이들에게도 많은 배움을 갖게 해 주어 더욱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에 프로젝트’는 현재 ‘카도야’ ‘미나미데라’ ‘호왕신사’ ‘긴자’등의 작품이 완성되어 있는데 짧은 지면이라 이 작품들을 다 소개할 수 없어 안타깝다. 나오시마 주민들의 삶과 분리되지않고 작품 속에 주민들을 참여시킨 점이나, 옛 신사를 이용해 빛과 어둠의 기막힌 공간을 창조한 점이 돋보였고,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의 말걸기에 내면의 대화를 주고받는 시간이었다.
미술관을 비롯한 나오시마 섬 곳곳에 설치한 아트 웍들도 세계적인 작가들이 직접 나오시마로 들어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스페시픽 아트 웍으로 전시해 놓았다. 갖가지 형상의 구조물, 목선은 그 자체가 미술작품이며 일상의 삶을 예술로 살 수 있도록 곳곳에 자연과 작품이 어우러지게 배치한 자연스러움이 정말 부러움을 자아내게 했다. 베네세 하우스 객실의 섬세한 배려와 모노레일을 통해 올라간 베네세 에넥스의 물의 정원 또 그 위의 하늘..하늘 정원을 맨 발로 걸으며 느껴지던 잔디의 감촉과 이름 모를 들꽃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수줍은 빛을 발산하던 정원등의 아련함, 여행객들의 감동과 감탄의 소리들이 폭포의 물소리와 젖어들듯 속삭여지고..그렇게 아름답고 환상적인 밤의 기억이 우리의 잠재워둔 예술 감성을 울려 새로운 자신들을 만나고 경험하고 느껴가는 그런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이러한 공간과 경영이 멀지 않은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의 역사 때문에 반목하고 배타하기 보다는 이제는 그들이 이러한 성장을 이루도록 정신적 밑바탕이 된 ‘이이토 고토리’(좋은 것은 배우고 받아들인다)정신을 우리도 배워,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계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문화 환원의 멋진 모델이 되어준 베네세 그룹의 후쿠다케 회장, 독학한 창의성의 대가 안도 타다오가 만나 펼치는 예술의 향연이 이렇게 아름다운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는 나오시마. 인정과 존중, 그리고 배려. 언제 어디서나 소중하고 향기로운 선진 가치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소중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