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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미술로 하나 된 멋진 가족

박노영

지난달 인사동 학고재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가족의 모습이다.

난 전시관 갈 땐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 혼자 간다. 그럼에도 이 가족은 나에게 돋보인다. 빨간 바탕에 너무나 활기찬 커다란 그림 앞에선 맨 앞줄의 딸, 어딘가에서 받은 풍선을 들고 나름 시원한 꽃무늬 드레스를 한껏 차려 입은 이 소녀는 앙다문 입술에 눈에는 힘을 주고 그림에 흠뻑 빠져, 셋 중에 가장 그림에 집중하고 있는 인물로 보인다. 내가 전시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잠시 스치듯 그림을 보며 게다가 방방 뛰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소녀는 다르다. 뭔가 비범하지 않은 저 표정. 부모님한테 교육을 잘 받은 어린이로 미술을 좋아하는 소녀 같다. 웬만한 어른보다 그림 감상하는 기본기가 제대로다.

그 뒤에 엄마가 보인다. 유명한 대형 전시회에 가면 정말 많은 어머니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하나라도 놓칠세라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좀더 작품에 머물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많이 본다. 그러나 저기 서있는 어머니는 팔짱을 끼고 딸과 마찬가지로 그림 삼매경에 빠져 딸에게는 어떤 말도 건네지 않는다. 그림 보는 것에 지나치게 참견하는 엄마는 아이의 감수성과 창의력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위에 어머니, 딸에게 마음껏 감상하는 법을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레 잘 가르쳐준 것 같다.

그 옆에 아버지 또한 묵묵히 그림을 보고 있다. 이 순간만큼은 가장으로서의 짐과 삶의 버거움 따윈 벗어버리고 빨갛게 작가가 펼쳐 놓은 그림 속으로 빠져 들어간 듯 보인다. 사랑하는 아내와도 토끼 같은 딸내미에게서도 약간은 떨어진 안정된 삼각구도의 한 끝에서 또 하나의 내 모습과 내 자리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딸과 아내가 그림에 빠져 있어도 쇼핑 따라 나와 짜증내 하는 아저씨처럼 구질하게 구는 모습이라곤 없다. 가족과 있으나 나의 세계에 몰입하는 듯 보이는 멋진 아빠다.

이 가족이 전시관 안으로 들어와서는 자기들끼리 몇 마디를 나눈 것을 문득 들었다. 그러더니 이내 조용해지면서 따로 또 같이 그림 감상이 시작되었다. 우연히 내 카메라에 잡혔는데 역광이라 조금은 아쉽지만 너무나 절묘한 순간 아닌가. 정말 미술로 하나 된 멋진 가족의 모습이다. 각자 가족의 구도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자의 세계를 존중해주는 자세, 배려라는 구실로 희생을 요구하기 보다는 개인의 느낌과 사고를 중시하는 모습이 이 가족에게서는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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