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제5회 프리츠 아트페어를 다녀와서
2007년도는 과연 미술계의 그랑투어(Grand tour)라고 할만한 해였다. 스위스 아트 바젤을 필두로, 독일 카셀 도큐멘타와 뮌스터 조각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까지 미술계에서 손꼽을 만한 굵직한 미술행사들이 모두 종합선물세트처럼 모였으니 말이다. 그 중에서 너무 늦게 개막해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아트페어를 하나 소개한다. 작년 10월 11일에 개막한 제5회 프리츠 아트페어(Friese Art Fair 2007)는 영국의 아트잡지 <프리츠>가 주최하는 아트페어다. 비록 역사는 짧지만 해마다 참여 화랑의 수가 늘고 다양한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면서 점점 메인급의 아트페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런던 리젠트 파크의 푸른 잔디밭 위에 설치한 거대한 임시 막사에서 열린 프리츠는 우선 규모의 장대함에 한번 놀라고, 그 작품의 다양성에 두 번 놀라게 한 아트페어였다. 프리츠는 컨셉 아트 위주라 다소 어려웠던 카셀 도큐멘타,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는 느낌을 준 베니스 비엔날레와는 달리 확실하게 대중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참여한 작가들의 리스트만 살펴보더라도 트레이시 에민이나 마틴 크리드 같은 터너상 수상자들 혹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야요이 쿠사마, 매튜 바니, 줄리언 오피 같은 인기작가들이 대거 참여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PKM 갤러리가 이불, 문범 등의 작가들을 데리고 참여했다. 개인적으로는 David Lachapelle의 앤디워홀 패러디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프리츠 아트페어는 이대로만 간다면 아트 바젤 못지 않은 영미권을 대표하는 아트페어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올해 가을, 벌써 여섯 살 먹은 프리츠가 온다. 기존 아트페어들과 미술관계자들, 긴장들 좀 하시라.
Please, Freeze!
- 박초로미씨는 그라우 갤러리 대표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