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진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난 세기(20세기)와 비교해서 전혀 다른 새로운 지형이 펼쳐졌다. 우선 사회적으로는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사진애호가 혹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많이 늘어났다. 이들 중 일부는 과거의 아마추어 사진가들처럼 한국사진작가협회가 주관하는 정형화된 공모전사진에 몰두하지 않고 인문학적인 학습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개성적인 조형언어를 생산하려고 노력한다. 그와 더불어서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대학이나 대학원과정에서 사진을 전공하는 이들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만학도이다. 이미 다른 학문을 전공한 이들이 또 다시 사진을 전공하여 새로운 사회문화적인현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아마추어들뿐만 아니라 기존의 작가들도 변화된 활동을 하고 있다. 중견사진가를 비롯한 작가들의 활동영역도 과거와는 다르게 소위 사진계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넓어졌다. 특히 1970년대 초반과 그 이후에 출생한 사진가들 중 일부는 ‘사진계’라는 용어보다는 ‘미술계’라는 용어에 더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에게는 사진제도내에 있는 갤러리, 미술관, 수상제도, 사진행사 등은 의례적인 과정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고 미술계 전반에 걸쳐서 활동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동강국사진제(2002년), 대구사진비엔날레(2006년), 서울사진축제(2010년) 등과 같은 대규모 사진행사가 많이 개최되고 있는 것도 지난 세기와는 비교되는 한국사진의 새로운 모습 중 하나다. 하지만 이들 행사들이 잘 정착하여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부침을 거듭하여 여러 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2000년대 초중반을 지나면서 사진전문 갤러리가 많이 개관하였고 한때는 서울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사진전문 갤러리가 10여개가 운영되었던 것도 새로운 모습으로 인식되었다. 그중에 상당수가 2000년대 후반이후 폐관하였지만 새로운 갤러리가 개관하여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2005년부터 2008년 사이에는 일부 사진가들의 작품이 활발하게 판매되었던 것도 과거는 다른 고무적인 일이었다. 이시기에는 사진전문 갤러리 외에도 대형 상업 화랑을 비롯한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사진전시를 기획하며 작품을 판매했다.
상업갤러리 뿐만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 시립미술관, 사립미술관 등에서도 사진전시를 기획했다. 또 현재는 사진만 전시하는 독자적인 전시회뿐만 아니라 동시대 미술의 미학적인 맥락에서 기획된 전시에서도 사진을 흔히 관람 할 수 있다. 동시대적인 미술로서 사진작업이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일이다. 이러한 예술적인 지형에서는 사진만을 위한 독자적인 전시가 미술관에서 빈번하게 개최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진을 표현매체로 다루는 작가들이 변화된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 하며 활동하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사진적인 사진 즉 다큐멘터리사진이나 리얼리티가 느껴지는 사진 또는 아름다운 톤과 같은 사진매체의 고유한 특성에 집착하는 이들도 많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예술제도내에서의 고립이 우려되기도 한다.
이미 1960년대에 개념미술가들이 사진을 표현매체로 수용하면서 사진이 동시대미술의 여려 표현매체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결과이다. 미술가들도 매체의 순수성보다는 콘셉트, 표현의도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사진매체의 독자적인 미학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부 사진가들을 포함한 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40대 이하 젊은 작가들은 대체로 변화된 예술자형에 잘 적응하고 있다. 현재 한국사진은 제도의 변화뿐만 아니라 대학교에 개설되어 있는 사진학과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여러 대학(2년제, 4년제 포함)에 사진학과가 많이 개설되어 사진전공자가 수요에 비해서 많이 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는 출생률 저하로 인하여 고3 수험생이 줄어들면서 폐과가 된 학과도 있고, 현재는 독립된 학과로 남아 있는 대학은 없다. 또한 2020학년도에는 고3생 수험생이 40만 명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예술대학이나 미술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사진전공과정이 어떠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현실은 사진전공 외에도 실용적인 학문을 제외하고는 대동소이하게 비슷한 상황이다. 기초학문을 포함한 모든 인문학과련 전공이 존재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은 19세기 초중반에 발명된 이후 지난 170여 년 동안 과학기술의 발전에 영향을 받으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를 거듭했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사진의 외양과 기본적인 개념 및 미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최근 20 여 년 동안은 디지털 카메라와 디지털프로세스가 일반화되면서 빠르게 변모를 거듭했다. 과학기술의 산물인 사진이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인하여 미래에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게 될지 예측 할 수 없게 되었다. 도구 예술의 숙명이다. 한국사진의 미래도 변화되고 있는 사회문화적인 환경으로 인하여 또 다른 지형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기반으로 현재를 분석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