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전이다. 가족 같은 김달진미술연구소 식구들과 작별을 결심하고 뉴욕으로 떠났던 그 때는 어학 공부가 주 이유였지만, 제사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가는 법. 그 말로만 듣던 뉴욕 미술을 제대로 체험해보고 싶었다. 짧은 기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뉴욕의 미술관들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떠났다.
뉴욕 미술관들은 대개 맨하튼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센트럴파크 동쪽 집중 Area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 Neue갤러리, 프릭컬렉션 등이 있다. 약간 내려오면 MoMA, 휘트니미술관 등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굵직한 명성의 미술관들이니, 이들에 대한 설명은 각설하려고 한다.
뉴욕 미술의 작은 움직임의 시작, 자유 예술지역인 첼시 갤러리 Area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첼시는 맨하튼 미드타운 15~32st. 6Avenue 부근으로 우리나라 인사동처럼 작은 갤러리들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어학원 선생님의 도움으로 작은 갤러리에서 얻은 유용하게 썼던 Art Map이 있었는데, 만약 첼시 갤러리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Map부터 사수해야 한다.
첼시 갤러리들의 특징은 전시장을 찾기 어려운 점이 있다. 맨하튼의 거리는 바둑판식이기에 주소 하나면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으나, 갤러리 자체가 간판을 달고 있다거나, 전시장 느낌을 주지 않아 공간을 식별하기 힘들다. 즉 우리나라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곳들 생각하면 포스터나 현수막이랄지 큰 홍보물들로 하여금 지금 전시장에서 어떤 전시를 하고 있는지 기본적인 정보제공 입수 가능함에 반해 뉴욕 첼시 쪽 갤러리들은 자칫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전시장은 문이 철문이라 클로즈 된 것인지, 갤러리가 맞는지 갸우뚱한 곳이 많아 지도에는 갤러리 위치 표기는 되어있는데 못 찾는 것이 십상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의외의 곳에서 전시장을 발견할 때의 그 기쁨은 더 클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찾으려던 갤러리를 못 찾고 걷다가 ‘웅웅’대는 비트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지하 차고 같은 곳에서 멋진 영상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두운 암실에 벽마다 대형 스크린들이 있고,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듯한 선과 면들. 관람객도 몇 명 없었고, 그루브한 기분에 취해 한참을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첼시 갤러리들은 저마다의 기획전들을 여는데 젊은 작가들의 열정이 넘치는 기획전이나 팝아트전들이 많았었고, 또 장르로 보자면 설치, 영상전시가 주를 이루고 회화작품의 전체적인 성향들은 자극적인 칼라 향연이 이어지는 구상 작품들도 많았다.(2007년도 전시 관람이므로 올해와는 다를 수 있음을 밝힌다)
또한 전시장 내에 큐레이터, 전시요원이 없어 관람객의 자유로운 관람을 돕고 있다. 우리나라 일부 갤러리들도 그렇겠지만 이곳은 간단한 전시 서문만을 보여주며, 전시를 자유로이 관람하고, 관람자 자신의 직감에서 오는 감상을 유도하는 듯이 보인다.
다이나믹하고 젊은 열정이 돋보이는 첼시 미술... 세계 미술의 젊은 축을 움직임에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이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뉴욕을 다녀온 이후 한국의 갤러리들의 뉴욕 진출 소식을 들었다. 여간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지리적 위치 이점을 살려 세계 미술시장에 한국 작가들의 열정이 다이렉트로 전달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