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의 흐린 날.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젊은 모색’전의 첫인상은 흐린 날씨에서 느껴지는 그것과 비슷했다. 전시장 초입의 오석근의 <철수와 영희>에서 불안함을, 고등어의 열린 장롱과 높이 쌓여진 침대 매트에서 유년기에 느꼈던 이유모를 두려움들이 떠올랐다.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아직 자리 잡지 못한 것들과 어딘가 비뚤어지고 상처 입은 듯한 느낌의 작품들 속에서 초조함과 불안함을 느꼈다. 복학을 앞둔 나로서는 17명의 작가의 작품이 모두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고 있는 여정으로 보였다. 그 과정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함, 초조함, 세상에 대한 불신이 막 다시 새 걸음을 걸으려고 하는 나에게는 우울하게 다가왔다.
성인이 되기 위해 겪는다고 하는 성장통은 때론 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여러 복잡한 심정들과 변해가는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전시의 ‘모색(摸索)’이란 제목이 괜히 들어간게 아니다 싶었다. 중앙 홀 오른편 부근에 있는 오대근의 작품들은 계속되는 세상에 대한 도전과 그에 적응하는 과정 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상의 잣대에 재어지고 거기에 맞춰 살아가는 나의 모습처럼 보여 3등신의 희화화된 인물들이었음에도 쓸쓸하게 느껴졌다.
전시장을 돌고 나올 때 다다익선 둘레에 설치된 강익중의 <멀티플 다이얼로그 ∞>는 만여개의 오브제 및 음향으로 꾸며진 작품을 둘러보며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을 포함해 지나간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끝없는 모색가운데 살았다란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을 나올 때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젊은 모색’은 잘 기획된 전시라는 사실과는 별개로 내 상황으로 인해 전시를 보기전보다 더 우울해지고 말았다. 같이 전시를 본 친구와 헤어지고 지하철을 타고 오며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이며 이런 생각들을 했다. ‘젊은 모색’전의 작가들도 나도 완성되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과 그렇기에 현재의 불안과 초조함이 언제까지나 우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 세상에 맞선다는 비장하기까지한 그런 영웅적인 삶은 아닐지라도 각자의 삶에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타성에 젖지 않고 계속 자신을 찾아간다면 후에 이 세상을 떠나게 되더라도 내 삶 자체가 ‘젊은 모색’으로 기억되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갈 때 해가 다시 뜨기 위해 지고 있었다.
- 김정현 (경기대 미술경영학과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