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중국은 올림픽뿐만 아니라 미술계에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중국의 발전 가능성은 미술품마저 세계인에게 사랑을 받아 왔다. 덕분에 중국미술품의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2008년 베이징아트페어를 갔을 때 나 또한 온몸으로 중국미술계의 열기와 인기를 느끼고 왔었다. 지난 베이징아트페어는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화랑이 참가했었고, 관람객 또한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였다.
1년이 지난 후의 이번 2009년 베이징아트페어(4.16-4.19)는 아시아 최고의 국제 아트페어라지만 중국역시 세계금융위기를 비켜갈 수 는 없었나 보다. 작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관람객과 참여국의 수가 아마도 이를 뒷받침 해주는게 아닌가 싶다. 또한 전시장이 차분해진 만큼 이번 베이징아트페어에 나온 그림들 역시 작년과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강렬하고 자극적인 색채와 묘사들이 피곤하리 만큼 관람객의 신경을 자극했다면 올해에는 부드럽고 차분해져 보는 이로 하여금 한층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큰 그림을 선호하던 중국미술계에서도 이제는 50호에서 70호 정도로 소장하기에 적합한 크기가 된 것 또한 변화라고 하겠다. 이념적 사회적 갈등을 반복적으로 표현하면서, 강하고 화려한 색채로 사람들을 자극했던 성격의 중국그림들이 경제발전과 소득이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되었고, 단순히 양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질적인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한 예로, 한국 IM갤러리에서는 한국의 신인작가인 이혜승의 작품이 중국인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었는데, 그 작가 또한 작고 부드럽고 섬세한 느낌의 그림이었다. 한 작품당 500만원 가량에 팔린 것을 보면 작년 미술계의 조류와는 사뭇 다른 형태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까지는 몇몇 인기 작가들을 중심으로 모든 중국미술계가 지나칠 정도의 사랑을 받았다면 이제는 시류를 쫓아 가던 작가와 작품들, 그리고 작품의 가격까지 모두 변해야 하겠다. 시장은 작품가격의 거품을 빼야하고, 큰 인기를 얻음으로 인해 나태해지고 스스로의 딜레마에 빠진 게으른 작가들은 더욱 더 자신을 채찍질 해야 할 때인 것이다. 내년의 베이징아트페어는 또 어떠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