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 트랜스포머:Turn into me 감상
양연희
아직 식지 않은 햇볕이 비추는 어느 날, 경희궁 안뜰에 도착하니 말로만 듣던 모 패션기업의 하얗고 육중한 가변 건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바와 달리 구조물이 그리 견고해 보이지 않았다.
미술 전시를 위해 십자가 모양의 벽을 바닥으로 변형시켰는데, 현재는 스웨덴 출신의 나탈리 뒤르버그의 작업을 전시하고 있다. 그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활용하여 영상을 선보인다. 입구에 먼저 들어서면 이글루처럼 생긴듯한 동굴-사실은 감자-이 먼저 관객과 조우한다. 그 안쪽으로 들어가서 낯선 질감을 배후에 두고서는 전시 명칭이기도 한 ‘Turn into me’라는 제목의 작품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위중한 병에 걸린 듯 코피를 쏟던 여인이 이내 숲 속에서 쓰러져 점점 썩어가는 모습의 장면으로 이어지고, 나중에는 뼈만 남은 채 살아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함께 동굴 안 맞은편에 있던 작품은 에스키모인 여인이 거대한 물개의 짐승을 죽이고 그 껍질 속으로 들어가 유유히 바다를 잠수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외에도 목탄 작업과, 고래의 가죽을 벗기는 부녀의 이야기 등이 있다.
동굴에 있는 작품들은 모두 자연-여성-삶/죽음이라는 고리로 연결이 되며 크게 나누어 보면 여성의 사지가 망가지거나 절단되거나 반대로 그들이 타의에서든, 자의에서든 대상화된 자연을 파괴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하지만 그마저도 다시 껍질을 쓰거나, 갈라진 고래의 위장으로 들어가면서 결국 자연으로 환원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바타이유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후 작업을 하면서 염두에 두어온 두려움이란 더욱 성(性)과 밀접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더불어 그는 여성이기에 그 주제에 대해 작품으로써 통찰하는 것이 한결 진중했을 것이다. 등장하는 여인들은 ‘두려움’ 때문에 자신을 파괴하거나(당하거나) 혹은 충동을 분출시키고자 대상으로써 자연을 폭력적으로 대하지만, 결국 여성-자연은 누이같이 사이좋게-또는 불편하게 동화되는 관계라고 역설한다. 조심스럽게 추측해보면 이러한 표현은 타자로써 억압받는 대상이라 지각하고 다른 변화를 모색해보고자 하는 시도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 모색이란 충동의 표출과 승화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치유될 수 있는 상황 뒤에야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요즘 들어 심심치 않게 잘 소개받지 못했던 북유럽의 회화나 영화들을 접할 수 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조금 더 그 문화들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같다. 그리고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정작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사장되어가는 장르이지만, 미술이라는 맥락 하에 컨셉, 장소 등이 잘 어울리면서 주제와 표현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어 주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또 다른 실험도 생각해 볼 여지가 생겼다고 할 수 있겠다.
양연희, 경원대학교 회화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