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경기도 안산 산책하기
양연희 / 경원대학교 회화과 4학년
을씨년스러운 어느 날, 안산 공단역에 도착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꽤나 스산했지만, 초지 운동장 길을 죽 따라 걷다보면 고운 낙엽들이 달래준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선물들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경기도 미술관은 몇 번 들어보긴 했어도, 서울에 거점을 두는지라 방문할 기회가 흔치않았다. 하지만 관람해보니 만듦새도 좋고 시설이 정갈함은 물론이고, 빼어난 경관도 구경할 수 있었다. 현재 젊은 작가들 중심으로 <악동들 지금/여기>라는 전시가 진행 중인데, 이것을 포함하여 지난 전시의 내용을 살펴보니 시사적이며, 논의할 필요가 있는 주제들로 알차게 꾸려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와 함께 안산역 근처에는 대안공간이라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가 자리 잡고 있는데, 건물의 소박한 외양과는 다르게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실험적인 작업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작가들의 개성을 관람해 볼 수 있었으며, 뿐만 아니라 이곳이 전시장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안산의 원곡동은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지역이다. 간판도 다채롭고, 이색적인 풍경도 만나볼 수 있다. <리트머스>는 문화적 교차로 속에서 소통을 시도하며 또한 장소의 특색이 다시 이 공간을 간판만큼이나 색다르게 꾸며졌다. 그런 과정을 목격한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것은 홍보로써, 아직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또한 경기도 미술관과 원곡동의 대안공간의 어떤 ‘중간지점’, 혹은 완충지대가 아쉬운 것은 그냥 나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