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공장과의 즐겁지만은 않은 네달간의 대화>에 부쳐
신정근
프로젝트 41-3
-<문래동 공장과의 즐겁지만은 않은 네달간의 대화>에 부쳐
프로젝트 41-3의 멤버들과 만난 곳은 문래동의 후미진 작은 공장들이 운집한 어느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 그들의 작업실에서다. 그곳은 그들의 근거지이자, 주거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이 뭉쳐 첫번째로 선보이는 전시회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한 스탕달적 묘사는 그만두고, 어서 빨리 그들 작업에 대한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우선 프로젝트41-3은 평면+입체+사진 등 각기 다른 전공분야를 가지고 있는 세 남자가 탄생시킨 아티스트 그룹이다. 그들은 이번 전시에서 현재 진행형인 작업을 선보이며 전혀 새로울 것 없는 형태의 작업을 가지고 그들을 알리고 있다. 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여느 졸업생들과 다를바 없는 무정형의 ~ing를 강조하고, 표현의 정당성과 대중과의 예술의 경계허물기 등의 작업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기록물(documenta)적인 성격의 영상물과 설치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분히 표면적으로는 그러하다. 하지만 일단 찬찬히 그들의 작품이 아닌 '작업'과 그것이 행하여진 공간에 주목해 보면 실험적이고 건설적인, 하지만 굉장히 사적이고 능동적인 그들의 '열린 작업'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자칫 단편적인 기록과 일기 형식에 지나치지 않을 법한 작업에 대한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작업의 근본적 모습을 놓치지 않고 있는 그들의 작업들은 동시대 젊은 아티스트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실험적 적극성과 도전적 직유 그리고 중견작가들의 비교적 노련한 작품에 대한 해석력을 적절히 버무려 놓은 듯 하다. 혹, 그것이 전략적 이기인지, 영리함인지는 다음으로 차치하고서라도, 현재 전시 중인 그들의 지난 넉달간의 내용물들을 토로해 놓은 지금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전시장(작업실)에 들어섬과 동시에 마주치는 사다리가 있는 작은 방은 부유하는 작업도구들과 문고리만 있는 개방된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또한 과거와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계 그리고 그것들과 합쳐진 그들의 실재적 공간이 하나를 이루면서 하나의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금방이라도 어느 중년 여배우의 모노드라마 장소가 될 법한 공간을 묘사한 그들의 공간적 해석은 다른 그저그런 기록물보다는 한단계 앞서고 있는 모습이다.
공간 프레젠테이션 형태의 이번 전시(5.12-26)는 앞서 언급한 ~ing형태의 작업물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층으로 이어지는 전시장에는 조금 억지스러운 그들만의 화초들이 일률적으로 나열되어 있고, 정돈되지 않은 그들의 작업관과 아직은 완결성을 갖지 않은 작품의 성격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듯한 형광등 겉틀이 나약한 낙싯줄에 매달려 공중부양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작업에 대한 최초의 표본으로 남아있는 초기 작업장에 대한 기록영상과 '불편한 대화'라는 역설로 포장된 '유쾌한' 세 남자의 인터뷰를 바라보는 나는, 피비린내 나는 애송이 아티스트들에게 여전히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그들의 주관적 대응방법으로 전시를 꾸리고 작품을 발표하는 무모함으로부터 작업의 시작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언제까지나 욕조 안에서 넘치지 않는 예술의 샘에 존재하는 그들이 되길 개인적으로 바라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