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35)
양연희 (대학원 준비생)
낯선 장소에 짐을 푼 이들이라면, 이곳에서는 도무지 어떤 전시가 있는지 호기심이 생길 수도 있다. 나 역시 기대를 품고서 알아 보았는데, 현재 도쿄에서는 신인상파부터, 오르세 미술관전까지 주로 대형 전시를 할 예정이거나 하고 있는 중이다.고흐, 마네, 샤갈, 르누아르등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는 고전 작가들의 이름이 팜플렛들 사이에서 띄었다.
본인이 관람한 것은 그 중에서도 모리 미술관의 '롯본기 크로싱전' 인데, 현재 일본에서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전시로써 한국으로 치면 ‘젊은 모색전’등 과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이곳 역시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며 기무사를 소재로 한 사진(작가:Yoneda tomoko)이라든가 재일 조선인의 정체성에 대한 작품(Takamine tadasu)도 있었다. 전시장 안쪽의 움푹 파인 구석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공간하나를 점령한 채 홀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작가(Amemiya yosuke)가 있는데, 중구난방하고 부조리한 움직임 속에서도 섬세한 짜임새를 연출하는 감각이 흥미로웠다.
그 옆쪽으로는 음식물 쓰레기로 피에타상을 연출한 작품이 쇼윈도의 유리관 속에 있었고, 경쾌한 리듬감의 키네틱 아트(Ujino)도 빠지지 않았다. 화면을 다섯 등분한 것 마냥 동일한 감각을 전해주었던 다섯개의 영상(contact Gonzo)이 한켠에 있었는데, 폭력이란 주제를 부드러운 긴장감으로 버무려 특별할 것 없는 화면인데도 불구하고 괴이한 느낌을 자아냈던 것 같다. 비디오를 매체로 한 작품 중, Yahata aki의 ‘미치코 교회’는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한 반면, Rogues’gallery의 작품은 시간성과 화면분할을 이용하여 비디오 매체의 형식을 현란하게 드러냈다. 인터넷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진행된 프로젝트 오브제와 영상물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이어졌지만 감흥을 고조시킨 것은 세상을 다른 눈으로 해석하는 시선들 속에서 마찬가지로 생소한 곳에 있는 관람자의 위치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품의 의미를 찾아 들어가는 과정은 즐거웠지만, 역사를 더듬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지 못했던 것은 아쉬웠다. 젊은 작가들이 생각하는 -특히 주변나라와 긴밀히 관계한 시기의-역사란 어떤 것일까, 어떤 시선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