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48)
김미정 / 홍익대 대학원 예술학과 재학
조계사를 따라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제법 큰 규모의 OCI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윤동천의 ‘탁류ʼ가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 ‘탁류ʼ는 우리 삶의 혼탁한 현실을 투영하는 대표적 키워드로 제시되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국가, 사회,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작가의 작품은 어느 정도 내용파악이 가능하다. 작가는 ‘정치가’라는 단어를 통해 정치에 대한 풍자와 비판적 작업을 선보인다. 그래서 오브제들과 제목의 표현이 다소 직접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어쩌면 그동안 제도비판적인 작업을 해온 작가로서는 우회적인 방법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1층의 회화보다는 2, 3층의 텍스트와 오브제를 다룬 작품이 더 와 닿는다. 회화작품들이 혼탁한, 탁류 그 자체를 다루었다면, 텍스트와 오브제들은 직설적으로 정치와 사회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세제라든가, 살충제, 개의 이미지들이 그러하다. 레디메이드 오브제와 작가가 직접 만든 이미지들은 섞여서 우리가 비판하는 정치가의 한 부분이 된다. 부유하던 그 이미지들의 내러티브는 작품 제목에 의해 아주 직접적인 공격의 도구가 되어버린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도대체 우리나라>라는 제목의 작품이었다. 텍스트를 하나하나 읽고 있으면 수식어의 허망함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특히 도시의 구호를 놓고 맞는 것을 고르라는 문제 형식의 텍스트를 읽다보면 온갖 화려한 수식어로 치장한 글들 중에서 실질적으로 그 도시의 컨셉과 목표를 잘 살리는 구호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특히 super, yes 등 과장된 단어들을 여러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수식어구로 둘러싼 구호가 과연 그 도시의 내면을 말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 곳이며 여러 사업을 추구하면서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작품의 텍스트를 보면서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세상에 대한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속한 세상, 사회와 멀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현실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하기를 요구하는듯하다. 12월 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간다. 세상을 바로 보기 힘든 지금, 이번 전시는 우리의 멍한 지각에 큰 자극을 주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