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 잠시 도쿄에 다녀올 일이 생겨서 급하게 짐을 꾸려 4박 5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짤막한 일정이지만 습관은 어쩔 수 없어 전시 일정을 뒤적거렸는데 그중에서도 에비스( )역에 위치한 도쿄도사진미술관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전시장은 사진미술관이라고 불리지만 예전부터 뉴미디어를 비롯한 선구적인 매체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은 해석하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응시하는 방법’이 되겠다. ‘영상을 둘러싼 모험 Vol.4’도 부제에 붙어있는데 이것은 미술관에서 기획한 것으로 2008년부터 영상에 5가지의 기본 콘셉트에서 매년 한 차례씩 채택하여 전시하는 시리즈이다.
전시 형식은 주제와 관련된 역사를 우선 나열한 뒤 각 작가의 작품이 나열되는 형식이다. 이러한 모습은 작년의 세 번째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도 흡사한 면이 있다. 작년 같은 경우는 입체시라고 하는 3D기계의 고전이 첫 시작을 알렸다면, 이번에는 망원경이다. 장식이 곁들여진 고풍스러운 망원경과 프톨레마이오스와 갈릴레오의 서적을 지나가면 우주를 찍은 사진까지 이어지고 그 다음부터는 현대 작가들의 뉴미디어 작업이 선보인다.
작업들 모두 놀라웠는데 그 중 나루카와 하지메의(鳴川肇)
은 데이터베이스적인 상호작용적 작품으로, 두 개의 스크린 앞에는 휠과 조이스틱 등이 설치되어 있다. 왼쪽 화면에는 기원전 시대부터 현재까지 년도가 각 칸 안에 있는데 그 중에서 어떤 한 시대를 선택하면 오른쪽 화면으로는 작가가 자체 고안한 세계지도인 에 그 시대에 일어난 세계의 사건들이 동시에 뜬다. 16세기를 선택하면 한국지도에는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이순신이 거북선을 만듦’이라는 역사적 사건 서술이 뜨는 것이다.
그 밖에도 코사카 쥰의 우주의 생물로 은유한 현대 사회의 소비에 대한 비판과 더블네거티브 아키텍처의 공간을 대하는 참신한 방법론 모두 새로운 미디어와 상상력을 보여줬다. 일본만 보더라도 분명 미디어 아트가 시간에 맞추어 진화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의 작가들도 그러한 흐름에 또 다른 상상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