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자, 사하라, 1989, Oil on Canvas, 162.2×130.3cm,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부암동 환기미술관에 다녀오면서 시작되었다. 대학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전공과는 하등 관련 없는 미술에 눈을 떴고, 도장 깨기 하듯 서울 도처의 미술관과 갤러리를 탐방하기 시작했다.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시에서 알게 된 정강자 화가의 그림을 보려고 천안까지 다녀왔으니, 이 모든 게 한 달 남짓한 시간에 일어난 변화라는 사실이 스스로도 놀랍다.
어쩌면 다소 수동적인 방식일 수 있는 전시장 관람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미술 세계를 탐구하고 싶었다. 쫓겨나면 어쩔까 걱정했던 케이옥션 3월 메이저 경매현장에도 참석해 보았다. 안경 고쳐 끼우는 손짓을 경매사가 오해하지 않을까 마음을 졸여야 했지만, 경매현장의 열기는 20대 중반의 청년에게는 마냥 새롭고 신기하기만 했다.
졸업 즈음에서야 전시 관람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 억울한 마음도 들지만, 소중한 취미가 하나 더 생겼으니 아무렴 어떠랴. 미술애호가들이 꿈꾸는 ‘컬렉터’가 되기까지는 요원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두려 한다. 청춘의 유일한 자산인 정열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면 언젠가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몇 개쯤 손가락에 꼽아볼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미술계에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지금도 여러 기관에서 교육이나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대상자의 범위가 한정적이거나 높은 수강료에 머뭇거리게 되는 게 사실이다. 보다 많은 非 미술계 또래들과 미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