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트센터 4.19-8.25
시청역 인근 우정아트센터에서 전시 중인, 본 전시는 시각적 일루젼 중심으로 미디어와 오디오 가이드의 도움에 의한 전시라는데 의미가 있었다. 미술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또한 미술 전공자라 할지라도 그의 삶과 예술에 관한 다큐멘터리한 인생여정을 따라가 보는 여행과도 같지 않았을까 싶다. 전시는 단순한 듯하면서 난해하지 않게 접근한 기획자의 의도가 그에 관한 영상물에 충분히 담겨 있었다. 현대미술이 난해하고 곡해되는 예술가들의 작업세계 속에서 이렇게도 전시 자체에 체험 중심적 디스플레이는 친절한 매너로 다가왔다. 자칫 해설, 교육적 측면에서 접근한 전시였다고 할지라도, 관람객으로서 익숙하고도 너무나 가깝게 여겨왔던 반고흐와의 만남은 예술이라는 정수의 심연에 한 발 내디딘 느낌. 예술이란 먼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나의 삶 속의 이야기와도 같은 것이라는 공감을 얻기에 가능했다. 미술을 공부하던 시절, 미술은 투고자의 삶의 이상이었다. 예술이란 곧 유토피아였다. 그러나 이후의 사회생활과 함께 겪으며 체득된 삶과 예술에 관한 오해는 세월이 지나며 엇갈렸던 매듭이 풀리고 풀어가는 중이라는 데 결론을 내리기도 하였다. 예술은 누군가의 마음 안에 꽃이 되고 이름이 된다면(김춘수의 꽃) 그 자체로도 아름다움의 발현이자, 바로 생명이 있는 그 모든 것들의 시작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푸라기로 마련된 간이 의자. 반고흐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짚가지들. 가장 예술적으로 그의 인생과 예술 속에서 숨과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그 자리에서 예술을 만났다. 가장 초라하지만,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 가치로 형언 되기 어려운 그의 그림을 더욱 사랑하게 만든다. 물론, 전시를 관람하던 시간 가운데, 그의 인생과 작품이 값으로 매겨진다는 현실이 그를 더더욱 가엾게 만드는 역전도 있었지만 이에 못지않게 그를 이전보다 더 사랑할 수밖에 만드는 전시의 본질은, 두 귀를 울리는 한 성우의 내레이션을 넘어서도 잊히지 않는 스냅사진처럼 아름다웠다. 그건 바로 반고흐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