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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시야의 단위로부터

반지원

20세기 미술의 역사에서 큐비즘은 가장 혁명적인 운동으로 평가된다. 큐비즘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시점에서 그려진 시야를 표현한다.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오브제의 이미지를 분해된 입방체로 쌓아 올린 입체주의적 묘사는 사실주의 회화의 오랜 전통으로부터의 결별이자, 근본적으로 대상과 세계를 지각하는 익숙한 방식에 대한 도전이었다. 미술은 인간의 뇌가 시각적인 세계를 구성하는 프로세스에 준거하여 형성된다. 그러므로 시지각의 본질에 대해 회의하는 것은 미술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일 뿐 아니라 과거에 존재한 적 없는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는 동력이 된다.

이는 세잔 풍의 입체주의로부터 큐비즘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통해 부정할 수 없는 맥락이 된다. 사물의 본래적 형태와 질서를 탐구한 세잔은 “자연의 모든 형태는 원기둥과 구, 원뿔에서 비롯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세잔의 미학론은 물체의 시각화된 형태를 도출하는 방식, 즉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형태를 집약하는 단위로서 기하학적인 패턴을 제시하였고, 이러한 접근 방식에 따라 큐비즘의 출발점이 마련된 것이다. 마치 만물을 구성하는 원천적 질료를 물이라고 생각한 탈레스로부터 그리스 철학이 태동했다는 기원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세잔의 견해 그대로 모든 형태의 기초가 원기둥과 구, 원뿔이라는 데엔 보편적 동의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보다는 오늘날 시각 환경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의 관점에서 답을 제시하기 쉬워 보인다. 컴퓨터의 시야에서 실재하는 세계는 0과 1이라는 이진법적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0과 1로 구축된 컴퓨터의 눈은 인간의 눈으로 통용되는 계산법이 아니면서 온갖 종류의 새로움을 창조한다. 큐비즘이 제안한 바와 마찬가지로 컴퓨터의 눈으로 풀어낸 세계는 현실 인간의 시점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그런 모습의 그림이다.

인간은 컴퓨터의 방식으로 세계를 지각하지 않지만, 0과 1의 이진법적 코드로 실세계를 환원하는 시야의 단위에는 이미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예컨대 디지털 사진과 미디어아트를 통해 인간의 눈을 위해 존재하는 예술은 사실상 컴퓨터의 눈을 토대로 빌려온 것이다.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인간의 시계는 알게 모르게 컴퓨터의 시계와 중첩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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