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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박물관 《2020 民畵》展 이후 민화 전시를 위한 제언

강경원

호림박물관 《2020 民畵》展 이후 민화 전시를 위한 제언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는 《2020 民畵》展을 열고 있다. 본 전시는 2013년에 열린 《민화, 상상의 나라_민화여행》 이후 7년간 새로 수집한 민화 병풍을 선보이는 자리로, 작년 5월부터 8월까지 열린 1부 <書架의 풍경_冊巨里·文字圖>와 올해 2월 10일까지 진행될 <庭園의 풍경_인물·산수·화조>로 구성되었다. 전시가 끝나갈 무렵 신사분관의 전시를 다시 들춰 본 이유는 민화 전시의 다양화와 확장에 대한 필요성을 재고하기 적합한 시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2020 民畵》展 1부
2층 전시실 전경

민화란 일반적으로 민간계층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작한 그림으로 여겨진다. 18세기 중반 이후 경제 안정화와 신분 질서 동요 등의 배경하에 왕실과 사대부의 소유물이었던 갖가지 문화 활동은 서민들의 향유대상으로 확대되었다. 이 중 회화는 서민들에게 장식화이자 길상화로 수용되었다. 이들은 주로 문, 창문, 벽면을 회화로 꾸미거나, 가례, 돌잡이와 같은 주요 연회에서 주인공 뒤편에 병풍을 세워놓았다. 여기서 회화는 미적 감상대상이기보다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바라는 마음이 담긴 부적이자 장식이었고, 화면에 그려진 혹은 자수로 새겨진 각각의 도상은 사람들의 소망과 관심사를 표상하는 매개 역할을 했다.

신사분관의 전시는 궁중회화, 민화, 한국현대회화를 포괄하고 있고, 전시명에서 알 수 있듯 민화의 비중이 가장 높다. 먼저, 궁중회화와 민화를 함께 디스플레이한 방식은 두 가지 지점에서 유의미하다. 첫째는 민화에서 다루어진 소재가 민간에서만 소비되던 것이 아니라 궁중과 부호(富豪)들도 애호하던 것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둘째는 주문자와 제작자에 따라 동일한 소재가 표현되는 매체, 방식, 어법이 다름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민화를 기반 삼아 작업한 현대회화를 전시장 마지막에 배치한 방식은 민화의 조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계승하는 향방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무난한 흐름이다.



호림박물관 신사분관_《2020 民畵》展 2부
3층 전시실 전경

신사분관의 전시는 신소장품을 공개하는 목적에 충실하게 작품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내에 조형성과 완성도가 높은 궁중화풍의 민화, 친숙하고 소박한 조형을 갖춘 민화가 혼재된 모습은 민화연구에서 맞닥뜨린 난점을 일부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2부에 출품된 <요지군선도(瑤池群仙圖)>,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 <경직도(耕織圖)> 병풍은 솜씨 좋은 화가가 값비싼 안료로 그린 것으로, 최소 재력가가 주문한 작품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작품은 오히려 ‘민화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상기시킨다. 19세기 이후 도화서 화원이 중인계층과 합작하거나 민간 화가들이 궁중회화를 모방함으로써 궁중화풍 채색 장식화는 민간에서도 유통되었다. 하지만 관련 매매 및 유통기록이 대부분 남아있지 않아, 민화의 작품별 시대적 선후관계, 주문자와 제작자, 사용자와 사용처 등의 파악에는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이 문제는 잠시 내려놓고 회화성과 화면 구성력, 현대적인 조형성 등에 기대어 민화를 볼거리로 보자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또한 2010년대부터 민화를 재해석하고 다양한 매체로 활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그동안 김세종 컬렉션, 갤러리현대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많은 작품을 공개하면서 민화의 소재, 종류, 특성, 의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전시만큼은 민화를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향후 전시에서는 민화를 어떻게, 민화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다. 민화를 일상적인 기물이자 건축 장식물로 본다면 공간과 회화간의 상호관계성과 여기서 회화의 역할과 의미를 보여줄 수 있다. 현세기복의 염원이 담긴 표현수단으로 본다면 스토리텔링적인 요소를 강조하여 문학과의 연계를 이루어낼 수 있다. 회화성과 조형성에 주목한다면 더 다채로운 전시를 기대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판타지아 조선: 김세종 민화 컬렉션》이나 이번 신사분관 전시가 일부 보여준 것처럼 미디어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혹은 현대 디자인, 공예 분야와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도 있다. 이때 아트 상품의 제작에만 몰두하기보다 두 대상을 모두 장으로 끌어들여야만 기존 전시와의 차별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다른 맥락에서 민화를 전체적으로 종합하고 정립함으로써 그동안 놓친 부분이 있는지 재검토하는 대형전시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강경원 kywon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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