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조선 왕실의 밤 잔치를 밝힌 유리등 톺아보기
(좌) <사각유리등(四角琉璃燈)>, 43.8x43.7x37.0cm, 국립고궁박물관 ⓒ 국립고궁박물관
(우) 국립고궁박물관 현관에 <사각유리등>을 재현한 야외조명이 설치된 모습 ⓒ 문화재청
최근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유물 <사각유리등(四角琉璃燈)>이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각유리등>은 2020년 6월 국립고궁박물관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선정 및 소개되면서 빛을 보게 되었다. 이후 같은 해 가을 제6회 궁중문화축전에서 배포한 <사각유리등>이 인기를 얻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으며, 축전 후에는 문화상품으로 개발해 판매되고 국립고궁박물관 현관에 야외조명으로 설치하는 등 <사각유리등>에 대한 높은 관심과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유리등(琉璃燈)은 19세기부터 조선 왕실의 밤 잔치 공간을 밝히는 조명 기구로 사용되었다. 조선 왕실의 잔치는 낮에 행해지는 것을 기본으로 하였으나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1809~1830)가 1828년(순조 28) 어머니 순원왕후의 사순(40세)을 기념하여 거행한 무자진작(戊子進爵)의 절차에 '야진찬(夜進饌)'을 마련하면서 조선 왕실에 밤 잔치가 행해지기 시작하였다. 밤 잔치가 행해지자 어둠을 밝히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등(燈)이 등장하였고, 이에 1829년(순조 29) 순조의 사순과 등극 30주년을 기념한 기축진찬(己丑進饌)의 밤 잔치에서 타원형의 유리등이 처음 사용되었다.
(좌) 『헌종무신진찬의궤(憲宗戊申進饌儀軌)』(1848)의 도식 부분 ⓒ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우) 《무신진찬도병(戊申進饌圖屛)》(1848)의 <통명전야진찬도(通明殿夜進饌圖)> 부분 ⓒ 국립중앙박물관
그 후 1848년(헌종 14) 대왕대비 순원왕후의 육순(60세)과 신정왕후의 망오(41세)를 맞이하여 거행된 무신진찬(戊申進饌)의 밤 잔치에는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사각유리등>과 유사한 사각유리등이 처음 사용되었다. 특히 무신진찬 행사를 기록한 『헌종무신진찬의궤(憲宗戊申進饌儀軌)』의 도식(圖式), 《무신진찬도병(戊申進饌圖屛)》의 제3장면인 <통명전야진찬도(通明殿夜進饌圖)>에서는 사각유리등이 다양한 종류의 등과 함께 사용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주목을 요한다.
먼저 『헌종무신진찬의궤』의 도식에는 유리등과 함께 양각등(羊角燈: 양의 뿔을 얇고 투명하게 녹여서 감싼 등), 사등(紗燈, 얇은 비단으로 감싼 등)이 수록되어 있어 다양한 종류의 등이 함께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통명전야진찬도>에서는 통명전의 처마 부근에 사각유리등, 양각등, 사등이 번갈아 거는 동시에 높낮이에 변화를 주어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운동감 있게 배치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후 1868년(고종 5) 신정왕후의 회갑(61세)을 기념하여 행해진 무진진찬(戊辰進饌)의 경우 당시의 행사를 기록한 『고종무진진찬의궤(高宗戊辰進饌儀軌)』의 도식에 사각유리등, 양각등, 사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앞선 1848년 무신진찬 때와 유사하게 배치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1887년(고종 24) 대왕대비 신정왕후의 팔순(80세)을 기념한 정해진찬(丁亥進饌)에는 타원형의 유리등이 다시 등장하였다. 당시의 행사를 기록한 『고종정해진찬의궤(高宗丁亥進饌儀軌)』의 도식과 《정해진찬도병(丁亥進饌圖屛)》의 <만경전야진찬도(萬慶殿夜進饌圖)>를 통해 타원형의 유리등이 1849년 기축진찬 이후 다시 사용되었음을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의궤 속 도식과 궁중기록화를 살펴봄으로써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사각유리등> 외에도 타원형의 유리등, 양각등, 사등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등이 궁중에서 소용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사각유리등>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조선 시대 궁궐을 아름답게 밝혔던 다양한 종류의 등, 나아가 조선 왕실 공예품 전반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순조기축진찬의궤』
『헌종무신진찬의궤』
『고종무진진찬의궤』
『고종정해진찬의궤』
박정혜, 『조선시대 궁중기록화 연구』, 일지사, 2000.
유재빈, 「19세기 왕실 잔치의 기록과 정치-효명세자와 《己丑進饌圖》(1829)를 중심으로」, 『미술사학』 26, 한국미술사교육학회, 2018, pp. 105-132.
장경희, 「조선왕조 왕실가례용 공예품 연구」,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학위논문, 1998.
이은지 rheeinar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