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국의 작품 세계: 추상으로 보는 자연
유영국은 대한민국 1세대 서양 화가로 한국 모더니즘과 추상미술의 선구자이다. 그는 점, 선, 면, 형, 색 등 기본적인 조형 요소가 서로 대결 구도를 보이거나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그 자체로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새로운 미술 세계의 경로로 걸어 갔다. 주로 고향 울진의 깊은 바다, 장엄한 산맥, 맑은 계곡, 붉은 태양 등을 작품의 소재로 다루면서도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담지 않고 작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세계를 표현했다. 유영국이 바라보는 ‘자연(自然)’은 추상화된 조형으로 실재하는 존재가 아닌 추상화된 구성요소를 의미한다.
유영국, <산>, 1968,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산은 누군가에겐 쉼터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모험이다. 사람들은 산을 오르면서 자연의 정취를 느끼고 새로운 자연을 찾는다. 그리고 그 자연에 대한 표현은 푸르른 산, 노오란 꽃, 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같이 다양한 감상적 표현과 시적 허용을 활용한다. 하지만 유영국 작가의 ‘산’은 기본적인 조형요소인 선을 활용하고 한두 가지 색상을 사용하여 대상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방식이다. 즉, 유영국 작가의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론적 시선을 잘 담고 있다.
유영국, <작품>, 1957,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유영국은 작품을 표현할 때 점, 선, 면, 형, 색 등 기본적인 조형 요소를 활용했는데, 단순히 1개의 조형 요소에만 집중하지 않고 조형 요소들을 결합하거나 해체하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는 선과 형의 결합이 잘 드러난다. 나뭇가지로 표현된 선과 해로 표현된 형, 그렇지만 그대로 자연을 담지 않은 작가의 미술 세계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자연 그대로를 담지 않고 추상적 표현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 때문에 해를 표현할 때 하늘 위에 떠 있는 해를 표현하지 않고 언덕 아래에 걸쳐 있는 해를 표현하였다. 그리고 해는 우리가 보통 잘 알고 있는 둥근 해의 표현과 거리가 먼 네모난 해를 그려 넣어 유영국의 추상화된 조형이 의미하는 바를 확인할 수 있다.
유영국, <작품>, 1980.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유영국은 “추상은 말이 없다. 설명도 필요 없다. 보는 대로 이해하면 된다. 내가 그린 건 구체적인 대상의 자연이 아니라 선과 면, 색채들로 구성된 추상 형태의 자연이다.”라고 미술을 바라보는 작가의 가치관에 대하여 말한 바가 있다. 그의 미술은 있는 그대로의 추상 미술을 이해하고 그것이 자연임을 관찰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대상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도 집중할 수 있는 미술이다.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구체적인 대상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살펴보기 바빴던 감상자들에게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눈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유영국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면서 모든 감상자들이 미술 작품을 다양한 시각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승주 rami1011@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