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영
2021년 8월, 일본의 유명 화장품 기업인 DHC와 무민(MOOMIN)의 콜라보레이션 소식이 일본 현지에서 발표됐다. DHC는 회장 요시다의 재일 한국인을 향한 혐오 발언으로 많은 지탄을 받고 있는 회사다. 회장의 혐오 발언으로 인해, 일본 트위터에서는 ‘#차별 기업 DHC의 상품을 사지 않겠습니다’라는 해시 태그를 이용한 불매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불매 운동이 지속되던 중에 발표된 콜라보레이션 소식은 많은 이들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에 무민의 모든 저작권을 관리하는 핀란드의 Moomin Characters사는 시민들의 비판을 수용해 DHC와의 콜레보레이션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Moomin Characters는 어떠한 차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무민의 작가인 토베 얀손(Tove Jansson)이 보인 가치관은 DHC 회장의 발언과 전혀 다르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공식사이트에 발표했다. 무민의 작가 토베 얀손은 어떤 인물이었으며,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까?
Tove Jansson, Garm cover, 1944
5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무민 시리즈의 작가 토베 얀손은 191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태어났다. 토베는 순종을 강요받는 여성이었으며 레즈비언이었다. 핀란드에서 동성애는 1971년까지 불법이었으며 1981년까지 질병으로 규정되고 있었다. 또한 토베는 90% 이상의 인구가 핀란드어를 사용하는 핀란드에서 스웨덴어를 쓰는 소수언어 사용자였다. 이러한 소수자로서의 삶은 토베의 작품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토베는 권위와 폭력에 맞선 반전주의자이기도 했다.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핀란드 역시 소련의 침공을 받아 전쟁의 불길에 휩쓸리게 됐다. 정치 풍자 잡지 《가름(Garm)》에 독재자들을 풍자하는 일러스트를 싣고, 일러스트에 자신의 실명으로 서명한 것은 토베의 반전주의적인 면모를 잘 보여준다. 첫 무민 시리즈인 『무민 가족과 대홍수』 역시 이 시기에 출판됐다. 전쟁이 한창이던 1945년에 토베는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동화를 구상했다. 풍자 일러스트에 서명과 함께 그려졌던 화난 캐릭터는 무민이라는 이름을 얻어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됐다. 이야기 속에서 무민과 그 가족은 대홍수로 대표되는 재난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일상을 이어나간다.
Tove Jansson, 『Moominland Midwinter』, Bloomsbury Publishing PLC: London, 1994.
무민 가족의 이야기는 1954년부터 런던의 일간지인 런던 이브닝 뉴스에 코믹 스트립으로 연재되기 시작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됐고, 1966년에는 아동문학가에게 수여되는 가장 권위있는 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이 토베에게 수여됐다. 이 수상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작품은 1957년에 출판된 『무민 계곡의 겨울』이었다. 이 작품에서 겨울잠을 자던 무민은 갑작스럽게 캄캄한 겨울밤에 깨어나게 된다. 춥고 어두우며 자신에게 비호의적인 세상 속에 남겨진 무민은 두려움과 외로움, 슬픔을 느낀다. 이때 무민은 토베의 오랜 파트너 툴릭키 피에틸라(Tuulikki Pietilä)를 모티프로 한 캐릭터인 투티키와 만난다. 투티키는 툴릭키를 대표해 고난 속에서 자신을 직면하는 법, 자신을 회복하는 법을 무민과 독자에게 가르쳐준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보이지 않는 아이』는 보호자에게 사랑을 받지 못해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닌니의 이야기다. 이는 아무도 봐주지 않고 모두가 외면하는 사람을 투명인간에 비유한 것이다. 투명인간 닌니는 무민 가족의 집에서 자신이 있을 수 있는 장소, 따뜻한 관심과 사랑, 호의를 받으며 점차 발끝부터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야기는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닌니가 환하게 웃는 장면으로 끝난다.
DHC 회장의 재일 한국인 혐오 발언은 일본에서의 문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도 외국인,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소수자를 향한 혐오는 만연해있으며 소수자는 투명인간처럼 대해지고 있다. 토베 얀손은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이들이 겨울과 같은 고난을 극복하고 자신을 회복하기를 따뜻하게 응원했다. 그리고 그들이 마땅히 따뜻함과 친절함, 존경을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정다영 d1a3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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