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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러 미술관 가기

황수현


영화 보러 미술관 가기 


요즈음 어떤 전시를 보러 가도 영상 작품을 하나씩은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작품은 러닝타임이 30분 이상, 길게는 장편영화 길이에 육박하기도 해, 의자가 구비되어 있더라도 작품을 끝까지 보기가 꽤나 힘이 든다. 

대충 줄거리를 파악한 두시간 가량의 영상을 보겠노라 다짐하고 영화관에 간 것도 아니고, 감상할 다른 작품들이 잔뜩 있는데다 내가 들어서는 순간 영상을 처음부터 틀어주지도 않으니 미술관에서의 영상 작품 감상에는 참을성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왜 미술관은 영화를 틀어줄까? 이 작품들을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가? 미디어 아트와 영화는 어떻게 다른가?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2021, 2채널 HD 영상설치, 컬러, 사운드, 14분 35초, 필름 스틸컷, 작가 제공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먼저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예들을 살펴보자. 먼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문경원&전준호–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2021.9.3.-2022.2.20.)이다. 이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전시장 이름부터 “MMCA필름앤비디오”이다. 필름과 비디오를 나누어 명시한 것으로 보이나 어쨌든 미술관에서 영화(flim)을 상영한다는 것이다. 

14분 35초의 러닝타임을 갖는 이 작품에는 영화배우 박정민과 진영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대사가 없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2채널 영상이라는 것 외에는 실험적인 단편영화처럼 받아들여진다. 




정정화, <소송>, 2021, 흑백, 1시간 34분 34초 


다음은 온수공간에서 열렸던 정정화 작가의 《법 앞에서 VOR DEM GESETZ》(2021.11. .6-2021.11.17.)이다. 이 전시는 대놓고 “영화”를 상영한다. 전시에는 총 세 가지 영상 작품이 등장하는데, 첫 번째는 카프카의 단편 『법 앞에서』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 두 번째는 카프카의 <소송> 이라는 영화, 세 번째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카프카』에 대한 토론 영상이다. 

애니메이션 영상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소송>은 전문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 “영화”이다. 이런 전시를 만날 때 우리는, 전시 공간에 가서 영화를 보고 오는 어딘가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전시장에선 대부분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는다.)




캠프(CAMP), <카메라의 라이브 안무>



마지막으로 소개할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캠프, 미디어의 약속 이후 Camp, After Media Promises》(2021.11.25.-2022.2.27.)이다. 이들의 작품은 앞의 두 예와는 결을 달리 한다. 42분의 러닝타임을 갖는 <무빙 파노라마>는 8개의 스크린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일반적인 영화라고 볼 수는 없는 작품이다. <카메라의 라이브 안무> 역시 옥상에 무인작동 CCTV를 설치하고, 그 화면을 실시간 송출하는 것으로 영화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작품을 제작한 캠프(CAMP)는 이 작품들을 영화처럼 감상하라고 말한다. 전시장을 어둡게 조성하고 앉을 수 있는 스툴과 빈백을 준비한 것이 그 증거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전시장 안에서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마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필름앤비디오’ 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캠프(CAMP)도 자신들의 작품을 ‘영화처럼’ 감상해달라고 한 것을 고려하였을 때, 그리고  미술관에서 긴 영상작품을 보면 “영화야?” 하게 되고, 영화관에서 난해한 영화를 보게 되면 “예술 작품이야?”라고 하게 되는 것을 보면 둘 사이의 경계는 존재하는 듯 하면서도 중첩되는 것 같다. 꼭 영상이 아니더라도 VR, 메타버스 등 전시장에 새로운 기술들이 들어오면서 우리의 전시 관람 경험도 매일 달라져간다.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작품들에 아직은 다리가 아프고, 멀미가 나고, 지루하기도 하다. 새로운 작품 형태, 새로운 관람 형태에 대한 미술관-관람자 쌍방의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황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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