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은
사그라다파밀리아 영광의 파사드 전경
사진=sagradafamilia.org/es/galeria-fotografica
현지 시간으로 지난 2021년 12월 8일, 바르셀로나 상공에 환한 별이 떴다. 바로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의 첨탑 꼭대기에서. 예수의 열두 제자, 네 명의 복음사가, 성모와 예수를 상징하는 총 18개의 탑 중 성모 마리아의 첨탑 꼭대기에서 점등이 이루어졌다. 이 별의 이름은 ‘베들레헴의 별’이며 예수가 탄생하던 때에 뜬 별을 의미한다. 이는 1926년 가우디 사망 후 100년이 되는 2026년 완공 목표에 더욱 가까워진 듯하다.
사그라다파밀리아 탄생의 파사드
이러한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은 가우디가 사망 직전까지 몰두하며 애를 쓴 건축으로 알려진다. 그가 건축가의 길을 걸어오는 시간의 총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특히 자연 친화적인 그의 성향이 드러난다. 가우디는 스페인 타라고나 주의 레우스라는 소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류마티스 관절염과 폐질환을 앓아 학교에 가는 시간보다는 자연에 놓이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유년기에 경험한 자연은 그가 독자적인 건축 세계를 구현하는 데에 큰 영감을 선사하였다. 카사 바트요의 외관에서 보이는 뼈 모양의 장식, 내부의 바다를 닮은 타일에서 확인 가능하며 카사 밀라의 요동치는 외관과 파도를 닮은 철제 장식도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자연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다파밀리아 축조까지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가우디의 손길이 가장 많이 담긴 탄생의 파사드에는 성서의 내용이 조각으로 표현되어 있다. 각각의 내용을 품은 테두리에는 아칸서스를 닮은 듯한 풀잎들이 가득하다. 거친 질감으로 나타나 성가족성당의 첫인상을 강렬히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해당 경향은 내부 구성에도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안으로 진입하는 길에선 또 다시 여러 장식 조각들을 만나게 된다. 성모자의 모습을 둘러싼 모티브들은 꽃과 그 이파리들임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눈에 띄는 곳이 있다. 바로 바닥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기둥이다. 나무의 줄기를 닮았고 가지가 뻗어나가듯 잘게 뻗어나가 천장에 닿는다. 나무 줄기를 따라 올린 시선에 하늘이 닿듯 기둥을 따라 올라가는 시선은 이내 천장과 맞닿는다. 자연의 조화를 이어가고자 한 듯하다.
사그라다파밀리아 내부
사진= sagradafamilia.org/es/galeria-fotografica
자연적 모티브와 더불어 자연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양상도 드러난다. ‘빛’을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가우디는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을 짓기 위하여 후원을 받는 대신 모금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가톨릭에 의거하며 청빈한 삶을 산 그의 삶이 잘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딕 성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측랑을 따라 늘어선 후원 가문의 소예배당이 제거된 모습을 보인다. 그 자리는 스테인드글라스의 큰 창이 채우고 있어 외부의 자연광을 그대로 끌어들인다. 흰색이 주를 이루는 내부는 스테인드글라스로 인하여 시시각각으로 채색된다. 마치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가우디가 닿고자 했던 세상처럼 비물질화가 일어나는 것만 같다.
뿐만 아니라 설계도면을 제작에선 중력을 활용하였다. 물질은 중력을 받아 행성의 중심으로, 즉 아래로 내려가려 한다. 가우디는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이용하고자 했다. 줄에 추를 매달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석고를 발라 굳힌다. 굳고 난 뒤 이를 뒤집어 추가 매달린 방향이 위로 솟구치는 형상으로 뒤바꾼다. 이를 스케치 하여 오늘날의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의 외관을 완성하였다.
가우디는 이 성당을 시민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기를 바랐다. 가우디가 구현한 자연으로부터의 건축 언어는 그의 바람대로 오늘날 종교를 가리지 않고,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가 닿으며 귀감이 된다.
이가은 gleee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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