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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인다는 의미

변의정

움직인다는 의미

변의정

  작년 10월 31일부터 11월 26일까지 진행된 다원예술축제‘옵/신 페스티벌’에서 국내외 전위 예술가들이 벌인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한달이 채 안되는 기간이었지만, 이 페스티벌은 SNS상으로 퍼져나가며 ‘핫한’ 칭호를 얻었고 유명세가 있는 작품은 금새 티켓이 품절되었다. 그 유명인 중 한명인 코레오그래피의 대가 윌리엄 포사이스(William forsythe, 1949~)는 2013년 성남아트센터에서 진행된 <헤테로토피아>로 마지막 방한후 진행된 가장 최근의 작업이었기에, 그의 얼굴은 더욱 반가웠다. 종종 미술관에서 퍼포밍이나 오브제가 아닌 몸을 내비치고, 몸이 이동하는 해프닝, 혹은 군무의 한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작가가 만든 몸짓들로 무엇을 매개하려 했을까? 퍼포밍을 보는 나는 어떤 체험을 할까? 윌리엄 포사이스는 이 질문들에 명징된 답보다는 하나의 대안책을 제시한다. 
  현재의 그에 대한 세계적인 명성과는 달리, 포사이스는 정식 무용교육은 대학에서 와서 배웠고 현대무용이 아닌 발레가 주전공이었다. 1984년 프랑크푸르트 발레단의 감독을 맡았고 퇴임후 포사이드 컴퍼니 (Forsythe Company, 2005)를 설립한다. 그의 작업은 그의 아트웍페이지를 기준으로 film과 objects로 나뉘는 양상이다.1) film은 영상매체로 작가 자신 혹은 안무가 혹은 관객들과 함께 코레오그래피를 만들었다. 다음으로 objects는 텍스트 혹은 설치미술의 양식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시각예술 혹은 개념미술과 같은 면모를 보인다. 그의 작업세계에서 중심적인 특징은 ‘안무적 오브제’다. 안무적 오브제는 안무와 몸을 선이 아닌 분절된 조각으로 바라보며 하나의 오브제로 만든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안무의 지향점은 작품에 내재한 의미의 창출에서 관객의 몸의 지각이라는 수용자의 체험 자체로 그 중심축을 이동시킨 것이다. 2) 또한, 그는 신체가 없는 ‘안무적 대상’의 표현을 만드는 것은 가능한 것인지 질문한다. 신체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안무를 신체로부터 분리함으로써 동기 발생적 오브제가 태어난다, 수 세기 동안 서구 무용의 근대 역사가 말하는 원초적 감각, 정서의 재현에 기댄 무용을 비판하며,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에서 말하듯,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사물을 체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좀 더 지적이고 언어적인 무용으로 자신을 찾고 느낄 방법을 제시한다.

William Forsythe, <PARAPHRASE>, 2022, 안무적 개입


 그의 2022년 작 안무 <PARAPHRASE>는 당시 전시 중인 나우만의 두 작품 〈Diagonal Sound Wall〉(1970)과 〈Acoustic Wedge〉(2020)와 바로 인접해 공연되는데, 두 작품 모두 환경에서 음향 정보를 크게 빼낸다. 자신의 음향 주제에 완전히 접근할 수 없는 방문자를 상대로 자신의 경험과 소음을 감쇠시키는 음향 작업의 인지된 중요성을 수화(ISL)로 엄격하게 전달하도록 요청한다. 반면에, 수화에 능통하지 않은 방문객은 공연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William Forsythe, <ATTEMPT TO WALK WITHOUT RHYTHM 리듬 없이 걸어보기>, 2023, 안무적 사물 설치


 서울에서 감독 된 안무적 설치작인 <ATTEMPT TO WALK WITHOUT RHYTHM 리듬 없이 걸어보기>는 포사이스의 활동지인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된 개념을 서울뿐만 아니라 뉴욕, 아부다비에도 설치시켰다. 디렉터, 비주얼 커뮤니케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주최자와 제작자가 국적, 분야가 모두 제각각이다. 관객들은 이 프린트된 글자에서 촉발된, 동기발생적 오브제 위를 걸어다니며 자신의 발걸음에 주의를 기울인다.

 무용가와 안무가와 관객의 미적 경계를 넘어, 무대화를 넘어, 신체를 넘어, 언어를 넘어, 제스처를 통해 소통하도록 유도한다. 마치 여러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듯한 범유행적인 포사이스의 체험적 개념은 국경 너머로 일상으로 침범하고 일상의 것을 안무로 가져온다. 그렇기에 무용수 혹은 안무가가 필요 하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관객들이 안무를 보러 직접 극장이나 미술관으로 가지 않고도 일상의 한 상황을 예술로 인식한다. 이는 블랙 큐브에서 화이트 큐브, 그리고 화이트 큐브에서 일상으로 넘어오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참고문헌

1) 윌리엄 포사이드 홈페이지/에세이 www.williamforsythe.com/williamforsythe.html

2) 이나현(2015), 확장된 안무 개념에 대한 연구: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의 ‘안무적 오브제(Choreographic Objects)’를 중심으로, 『무용예술학연구』 79(3), pp. 121

이재민(2016), 미술관 속의 춤: 윌리엄 포사이스의 수행적 전시회 <사건의 진실(The Fact of Matter)>을 중심으로, 한국연극학 제59호

옵/신 페스티벌 홈페이지

정옥희, ‘하나의 편형한 것, 복제된’ DNA 복제로 탄생한 클론, 월간객석, 2019년 1월 14일

qweo51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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