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전시포스터
우) 전시 전경
다양하고도 현란한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현대미술 전시회의 등장으로 볼거리가 많아진 세상에 또 다른 형태의 비(非)인간의 작품이 반향을 일으켰다. 2016년에 태어나 도축될 위기에 처했던 돼지 한 마리는 동물보호단체를 운영했던 조앤 레프슨에게 구조되었고, 이후 헛간에 있던 붓에 관심을 보이며 입과 코를 이용해 물감으로 캔버스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러 작품을 그리면서 피그카소(Pigcasso)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피그카소의 전시는 2023년 여름 상하이를 거쳐서 2024년 겨울에는 《Thank You Color》(2023.12.23-2.25)이라는 제목으로 베이징시대미술관(北京时代美术馆)을 찾아왔다. 전문 도슨트가 피그카소의 생애와 30여 점의 작품에 대해 꽤나 진지하게 설명을 진행했다. 특히 2023년 최신 작품인 <유니콘>은 애니메이션에 나온 유니콘을 보고 그린 것으로 알려져 동물의 인지 능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큐레이션에 있는 QR 코드를 스캔하면 피그카소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시청할 수 있다. 전시장을 찾은 이들 중에서는 호기심과 화제성에 이끌린 사람도, 다양한 예술 형태를 옹호하는 전문가도 있었는데,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비인간 주체의 화풍을 해석하는 것은 인간 큐레이터라는 점은 사뭇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 전시회를 통해 기존 예술의 관습을 깨고, 미술의 경계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져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