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798예술구에 위치한 화이트스톤갤러리(Whitestone-gallery.com)에서 칠예와 문화재보존관리학을 전공한 김덕한(1981- ) 작가의 《Trace of Time(流痕)》(4.13-5.11)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그는 대만과 홍콩의 개인전에서부터 베이징의 단체 전시에도 작품을 출품하며 동아시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시 포스터
김덕한 작가는 과거의 시간이 켜켜이 쌓이고 또 사라지는 모습에 주목하며 과거와 현재를 하나의 평면에 담는 것으로 예술적 영감을 표현했다. 〈Overlaid Series〉 작품들은 사뭇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작가의 의도대로 다듬어진 부분에서는 부드러운 느낌도 공존한다. 넓은 예술구에 위치한 소규모 갤러리에 우연히 들른 관람객들은 이러한 표현에 매료되었는지, 마치 마음의 결이 맞는 작품을 발견한 듯 그 앞에 오래 머무르기도 했다.
김덕한은 절에서 십여 년 동안 불상 복원 작업을 하고, 경주의 한 사찰에서 천년의 역사를 지닌 불상을 발견했는데도 아무도 그 존재를 몰랐던 경험에 착안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옻나무가 수지를 분비해 자신의 상처를 보호하고 또 치유하듯이, 그는 옻칠에 페인트를 섞어 시간의 흐름처럼 쌓아 올리고, 다시 그 부분을 갈아내어 변주를 주었다. 여러 색의 옻칠을 캔버스 위에 덧씌우고 벗겨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속에서 관람객들은 천천히 인내의 시간을 읽어나갔을 것이다.